2015. 1. 3.

휴가 사진 일기 3

새벽 5시 귀가의 후유증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아무래도 술을 거의 안마셨기 때문이겠지. 대충 일어나서 씻고 대학로로 점심 먹으러 나갔다. 이날은 점심을 먹고 어떤 상황이 펼쳐질 지 몰라서 연건 친구들을 불러내거나 설곽에 가보는 옵션을 갖기 위해 약속 장소로 혜화역을 택했다.

7호선을 타고 건너는 한강

집 돌아가는 길엔 모두 녹아 있었다. 눈도 얼음도

점심엔 사보텐에 가서 돈까스를 먹었다. 근데 우리 회사 건물에 있는 돈까스집보다 맛있지 않아서 별 감흥이 없었다. 돈까스는 홍콩에서 많이 먹어야겠다. 그러고 어느 카페에 가서 커피 좀 마시다가 설곽에 다녀왔다. 그 내용은 이미 당일에 포스팅했다.

저녁엔 선릉-삼성 근처에 있는 부산양곱창에 갔다. 이 식사 역시 휴가 시작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가족식사였고 곱창이나 양대창을 먹기로 정해지자 아빠가 이 집을 예약했다. 오발탄도 좋지만 거긴 좀 애들용이고 여기가 진짜 소 내장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집이라 하셨다.

이 동네에 곱창집이 많다

입구에 개가 반겨줌

삶은 메추리알과 구워먹을 수 있는 감자를 준다

익어라 얍

익음

보시다시피 양념이 발라져있지 않다. 오발탄 류 양대창집과의 가장 큰 차이다. 오직 마늘+소금 양념만 발라서 구워주신다. 우리 테이블 봐주신 아주머니는 이 집에서만 7년 넘게 일하고 있으시다고 했다. 곱창은 이미 초벌구이가 되어서 나오고 대창과 양은 겉을 익힌 뒤 접시로 잠시 옮겨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마늘 양념을 다시 묻혀서 불판에 올려준다. 아마 익는 속도를 맞추려고 그러는 것 같다. 이 한판이 대창 2인분, 양 1인분, 곱창 1인분인데 확실히 오발탄보다 많다. 대창 두께도 더 두꺼워 보인다. 맛있었다. 4명이서 저렇게 두 판 먹고 양밥도 먹었다. 4명이서 오발탄에 간 경우보다 많이 먹은 것인데 이는 오발탄 양념처럼 매콤달콤한 것 보다는 이렇게 마늘 한 가지로 맛을 살린 양대창을 엄마가 더 많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50대 회사원이 오랜 기간 다녔던 식당은 믿을 수 있다. 특히 소주랑 먹기에는 더 좋은듯. 그래도 난 아직 어린 입맛이 남아있어서 다음번에 어디갈꺼냐고 물어보면 오발탄을 선택하겠지.

페이스북에서, 그리고 바위에서도 대창이나 곱창에 끼어있는 지방이 몸에 안좋다는 이야기를 봤는데 맛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짜피 1년에 몇 번 먹지 못하니 그냥 그러려니 하련다.

후식 먹으러 간 집 앞 아티제 건너편에 있는 두 가게
백락은 자그마한 중식당인데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2011년에 여친이랑 딱 한 번 가봤는데 당시에 짜장면이 11000원, 짬뽕이 12000원이었다. 내 혀가 이해하기엔 높은 가격이지.
그 옆집은 한 때 레스쁘아라는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작은 크기이다보니 분위기가 은은하니 좋아서 인기가 많았다. 결국 더 큰 장소로 확장이전했다. 대충 찾아보니 http://labosa.net/161463776 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bistro poom이라는 프렌치가 가미된 한식집으로 바꼈는데 한번도 방문해본 적은 없다. 어쨌든 크기가 작고 분위기 좋고 쉐프가 일일히 신경써주는 음식을 한다고만 알고 있다. 저 닭은 처음 바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아티제. 사실 집 앞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자주가진 못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슈가 다 떨어져서 못먹었다.

인테리어는 정말 최강

이튿날 화요일엔 집에서 점심을 먹고 뒹굴대다가 근처에 사는 친구를 코엑스로 불렀다. 그러면서 강남구에 사는 모든 스탠포드 동문한테 연락을 했는데 기적적으로 한 명이 더 나와서 셋이서 수다를 떨었다. 남자 셋이 현백 지하에서 소프트리 벌집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대화만 2시간 반동안 나눔. 그리고 저녁엔 여의도로 갔다.

여의도 IFC!

홍콩엔 원IFC랑 투IFC까지 있는데 여긴 쓰리까지 있다. 대신 높이는 여의도가 압도적으로 낮다.

크리스마스 트리



아름답다

홍콩에 있다 와서 그런지 빌딩들은 참 아기자기했다.

양 귀여어

콘라드호텔 옆 장식

이 날은 6년 전에 짧은 시간동안 맺어진 서울대 수통 사람들을 만났다. 한 명은 대학원생, 두 명은 여의도에서 병특, 그리고 또 한 명은 월드퀀트 싱가폴 지점에서 일한다. 조금 넓게 보면 나와 동종업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다들 잘 살고 있어서 좋았다. 역시 근황토크가 짱이지. 어쨌든 젊어서는 비슷한듯 다른 고민들을 품은 채 사는 것인가 보다.
이날 저녁식사 장소가 안타깝게도 여의도 강가였다. 뭐 내가 장소선택권이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한국에 와서 같은 종류의 음식을 먹는 것은 왠만하면 피하려는 편이기 때문에 살짝 안타까웠다. 게다가 나의 메뉴 선택 기준 2번인 한국이 아닌 곳에서 못먹거나 먹어도 맛이 없는 것에도 해당이 안되서 두 번 안타까웠다. 그래도 맛있는 집이고 내가 얻어먹는 입장이니 만족 ㅎㅎㅎ

다음 날인 크리스마스 이브 점심엔 대학 동기를 만났다. 얘도 분당에 사는지라 2호선 라인에서 만나자 그래서 코엑스에 또 갔다.

여기가 아마 제시카가 금발이 너무해를 하던 곳이었던 것 같은데 SM이 사버렸다. 무슨 일이 있는지 몇몇 팬들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1시가 넘어서 만났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코엑스 대부분 매장에 줄은 없었다. 아무리 내 앞마당이라지만 새로 생긴 곳이 너무 많아서 그냥 the Place에 가기로 했다. 나는 이 날 아침부터 파스타를 먹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때 여친님이 만나면 2번 중 1번은 파스타 먹으러 가자 그래서 참 배도 안차고 맨날 비슷한거 별로 안좋아했었는데 정작 내가 입맛을 좀 바꿔주려고 진짜 맛있는 것들을 먹여 놓으니 파스타 먹으러 가잔 말을 안한다. 이 날 즈음 나머지 남은 휴가 중 끼니의 메뉴가 사실상 다 정해져 버리고 파스타를 먹을 기회가 딱 한 번 남아버려서 먹으러 갈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내가 파스타에 집착했던 이유는 파스타도 한국에서 먹어야 맛있는 그런 음식이기 때문이다. 간을 어떻게 하느냐에 민감한 음식이라서 그런 것 같다. 나는 한국인이 해주는 파스타 체질인가보다.

더 플레이스는 들어가기 전까진 몰랐는데 박수진이 테이스티로드에서 소개했던 맛집의 코엑스점이었다. 근데 현실은 CJ 계열사고 또 다른 계열사에서 홍보해준 것일 뿐. 아주 엄청난 것은 없다.

일종의 시그너쳐 메뉴인 도우볼. 이건 먹물 모짜렐라 볼인데 엄청 맛있다. 1시 15분쯤이었는데 우리가 처음에 시키려던 포테이토볼은 품절... 저 소스는 꿀이다. 어찌보면 맛있을 수 밖에 없는 음식이지.

파스타는 무난했다. 사진은 앞접시에 담긴 파스타가 아니라 덜어먹으라고 준 엄청 큰 포크와 함께 찍힌 full 파스타다.
이렇게랑 스테이크샐러드를 먹었다. 무난무난 맛있음. 한 번 가봤으니 정말 오랫동안 안가도 될듯. 일마레가 그립다. 왜 재계약을 안한거야 ㅜㅜ

밥을 먹고 친구가 집에 케익 같은 것좀 사간다 그래서 현대백화점 지하로 가서 커피를 마셨다. 케익이랑 마카롱을 둘러보고 이것 저것 샀는데 고맙게도 피에르에르메 마카롱 한개를 사주었다. 실제로 한국에 있는 매장에 가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종류가 반 정도인 것은 안타깝지만 낱개로 판매하는 것은 정말 좋았다. 나처럼 옆에 있는 사람한테 한 개 사주는 것도 가능하고.

이브날 저녁엔 이미 포스팅한 And 다이닝에 가서 포식했다.

크리스마스 아침엔 엄마가 어디선가 사온 북어국을 먹었다.
엄마랑 아빠랑 아침 일찍 새벽집에 가려고 했는데 클럽에서 쏟아져 나온 젊은이들이 너무 많아서 북어국을 먹으러 가셨다고 한다. 새벽 6시쯤이니 4~5시쯤 클럽에서 나온 그들이 새벽집에 가장 많을 타이밍이긴 했다.

다행인건 나는 어짜피 이날 점심에 새벽집을 갈 예정이었다는 것. 엄마가 아침에 여길 갔으면 따로국밥을 포장해왔을 것이고 아침과 점심에 같은 것을 먹는 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니 말이다.

새벽집에서 고기를 먹어본 적은 없다. 항상 육회비빔밥을 먹는다. 내가 군인일 때만 해도 이게 8천원이었다. 메뉴판의 음식값에 부가세 10%를 계산할 때 붙이는 것이 금지되면서 메뉴판을 바꾼 가게들이 일제히 음식값을 올려버린 겨울이 있었는데 그때 만원으로 올랐다. 물론 난 아직도 어마어마하게 좋은 딜이라고 생각한다.

반가운 새벽집 반찬

육회비빔밥

육회비빔밥을 시키면 미니따로국밥을 주는데 고기와 선지가 엄청 많이 들어있다. 개이득임!

크리스마스 저녁엔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러 다시 코엑스로 향했다. 사진은 지하철 9호선 봉은역 공사 현장. 올해 안에 완공될거라는데 강남역 가기 편해져서 대 환영임 :) 이로서 우리집은 더블 역세권이 완성된다.

친구를 만나기로 한 코엑스 메가박스 앞에 이런 거대 미끄럼틀이 생겼다. 참 별걸 다 만든다. 타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패스.

코엑스 안에서 만났지만 사람이 너무 바글바글해서 밖으로 나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결국 시추안 하우스에 갔다. 여기도 정말 한국 들어갈 때 마다 가는듯. 난 이 집이 레드페퍼 리퍼블릭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 때부터 다녔으니 정말 꾸준히 즐겨 찾는다. 매운 음식은 역시 한국에서 먹는 것이 맛있다.

저녁 먹은 후엔 대충 근처에 수많은 술집중에 하나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그런지 한 11시가 될때 까지 가게에 손님이 우리 넷 밖에 없었다. 맥주에 잭다니엘 허니를 섞은 꿀잭비어가 기억에 남는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