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3.

휴가 사진 일기 2

폭풍 같았던 휴가 그 두번째 기록
이번 일기는 휴가 중 맞았던 첫번째 주말에 대한 기록이다. 휴가 첫 3일, 즉 토요일까지의 일정은 휴가 시작 전부터 이미 치밀하게 계획이 짜여 있었다. 토요일 점심은 내가 한국에 오기 전부터 회 먹자고 노래를 부르던 여자친구를 위해 미리 예약한 몰타참치에서 먹었다.

테이블 하나가 있는 룸을 주셨다. 주말 당직을 마친 여친님이 오기까지 배추와 당근을 쌈장에 찍어먹으며 기다렸다. 외부와 차단되어 있으니 눈치 안보이고 좋음 ㅎㅎㅎ

첫 접시
집도하시는 분이 직접 오셔서 부위별로 설명을 해주시는데 자세한건 기억이 잘 안난다. 핵심은 저 가운데 있는 뱃살(일명 꽃등심)이 진짜 고소한 육회를 먹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지방이 있는 부위와 살코기 부위를 먹는 방법이 달랐는데 잘 기억은 안난다. 묵은지랑 마늘이랑 무순이랑 소금, 쌈장, 간장, 참기름 등등 너무 복잡해서 시키는대로 한 점 한 점 만들어 먹기 바빴다.


간장게장에 흰 살 생선회를 찍어 먹는다. 게 살은 조금 떠먹다가 나중에 밥이 나온다고 해서 아껴두기로 했다.


두 번째 접시

왼쪽이 아마 머릿고기?

맛있는 세꼬시

아이스 참치와 아이스 참치 깻잎쌈, 전복, 맨 앞에 참치 배꼽
굳이 설명하진 않는다. 좋은 재료를 잘 썰어서 내어 오는데 맛이 없을리가 ㅎㅎㅎ

초밥

이미 반쯤 먹고 생각나서 사진 찍은 타다끼

참치 구이

알밥이었나? 옆엔 매운탕
게장이랑 먹으면 맛있다.

역시 반쯤 줄어든 튀김

양갱 같은 느낌의 후식

점심 후엔 역시 커피. 바리스타를 째려보는 중

명불허전 몰타참치 정도로 요약하고 넘어가야겠다. 참치회 제대로 먹은 것은 고등학교 때 이후 처음인데 역시 다른 생선과는 다른 독창적인 맛이 난다. 생선 하나에 수 많은 부위가 다 개성있는 맛을 내는 것도 신기하다. 3월에 사이판에 갈 것 같은데 거긴 얼리지 않은 생참치회가 있다고 해서 매우 기대하는 중이다.

이렇게 점심을 먹고 여친님은 친구 결혼식장으로 갔고, 나는 대학교 후배들을 만나러 강남역으로 향했다. 저녁에 친가쪽 친척분들과 식사 계획이 있어서 짧은 시간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일정을 잘게 쪼개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이상하게 분당 지역 사는 사람이 많은 현 스탠포드 재학생들 때문에 강남역이 가장 만나기 좋은 장소가 되어버렸다.

식후였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스트릿츄로 먹으러 직행했다. 이미 경리단길에서 많이 유명해진 후 강남역에 진출한 것이라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알텐데 지난 여름에 먹은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여기로 가자 그랬다.

크고 아름다웡 ㅎㅎ
후배1을 만나서 여길 갔다가 후배2가 조금 늦게 합류해서 한 번 더 갔는데 만드시는 분이 우릴 알아보시고 그새 또 오셨냐며 나눠 먹으라고 1개를 서비스로 주셨다. 난 이게 코엑스에 있었으면 휴가 기간 동안 5번은 먹었을 것 같다.

할머니댁에 가러 성내역에서 걸어가는 길에 보이는 뭔가 옛날부터 있었던 것만 같은 논란의 롯데월드2

저 타워가 오픈한건 아니고 그 옆에 몰이랑 타워 바로 앞에 백화점이 오픈 상태다.

할머니네서 과일 조금 먹다가 나와보니 어느새 어둑어둑
진짜 하루 종일 쳐먹고있다

오른쪽 사진 찍느라(카메라 설정하느라) 지체했더니 해는 뉘엿뉘엿 넘어감

 크리스마스 장식

몰 내부의 중앙부는 이렇게 뚫려 있다.

말로만 듣던 2개의 층을 한 번에 올라가고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몰과 백화점 사이의 크리스마스 트리. 뒤에 타워 밑둥이 보인다.
몰 뒷편은 저렇게 생겼다.

몰과 백화점 사이의 백화점 입구
저 전체가 에비뉴얼관이다. 롯데백화점의 명품관이라고 생각하면 됨

집 가는 길에도 찍음

저녁 먹은 곳은 아그라
어른들 모시고 식사하기 최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게 인디안인데 장소 선정은 엄마가 했다. 인도 음식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강가보다 미세하게 싸다. 약 5~10% 정도. 물론 그 정도 싼 것도 비싸다. 카레는 맛있다. 우리 커플이 인도카레가 먹고 싶을 때 가는 강남역의 vin103보다 훨씬 깊은 맛이 난다. 갈릭난이랑 버터난도 엄청 크고 갓 구운 느낌이 난다. 인도 요리가 한국인에게 잘 먹히기 위한 핵심은 매운 맛인데 나는 이 곳의 카레 맛에 매우 만족했다. 맵다고 써있는 카레가 매울만큼 매웠다.
그리고 탄두리 치킨을 비롯한 다른 음식이 맛있었다. 이걸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상당히 많은 인도카레 음식점들이 맛없는 탄두리 치킨을 내놓기 때문이다. 이유야 뭐 잘 못 요리한다거나 질 나쁜 닭을 쓴다거나 다양할텐데 어쨌든 난 인도 음식점에 가도 절대 탄두리 치킨은 안시킨다. 하지만 이번엔 가족 외식이고 어른들은 카레에 밥+난만 먹어서는 식사라고 부를리가 없기 때문에 시켰는데 닭이 굉장히 부드러웠고 같이 나온 소스가 정말 잘 어울렸다. 이외에도 샐러드는 엄마와 큰엄마와 형수님이 맛있다고 칭찬했고 동생이 굳이 시킨 감자튀김은 인도음식점에서 감자튀김이 맛있을 수 있다는 반전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감자튀김 시식장인인 내 동생이 인정함.

아그라 인테리어

아그라 내부
우린 저 왼쪽의 여성분들 회식테이블보다 하나 더 안쪽의 테이블에 앉아서 먹었다. 창 너머로는 석촌호수가 펼쳐져 있다. 하지만 호수변에 공사자재가 쌓여있고 호수에 조명이 하나도 없어서 뷰가 썩 빼어나진 않았다.

갠지스강에서 가져온 것만 같은 카누
아그라는 코엑스에도 지점이 있는데 내가 마구 칭찬하자 여친님이 친구들과의 모임을 코엑스점으로 잡았다. 그러고 만족스럽게 잘 먹었다고 함.

백화점의 어떤 장식


백화점에서 몰 넘어가는 다리에 있는 뽀로로 함정

영유아를 데리고 이 다리를 무사히 건너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롯데월드 몰 쪽의 맛집거리 근처인듯? 인테리어 화려하고 좋다. 코엑스는 단층(지하 2층약간)이라 이런 것을 할 공간 자체가 없다.

매우 화려하다

거대한 광고판에서는 끊임 없이 영상이 흘러나온다

해리포터 1편에 나왔던 목적지를 바꾸는 계단 보는 느낌

캘리포니아 피자 키친 만나서 반가웠다. 롯데월드 몰에 P.F.Chang도 입점해있다. 둘 다 스탠포드에 있을 때 간간히 가던 곳들이라 신기했다. 어쨌든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들을 잘 선정해 입점시킨 느낌이다. 아무거나 입점시킨 코엑스보다 훨씬 생각을 많이 한 티가 난다. 이 외에도 리틀사이공이라는 베트남 음식점이 들어와 있는데 오리엔탈 스푼과 함께 서울에서 진짜배기 쌀국수를 먹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음식점이다. 일단 상호명에 pho가 들어가면 보통 맛 없음. 앞서 언급한 인도 음식점 강가도 들어와있다. 백화점 쪽에 있는 스시집 히데야마모토는 잘은 모르지만 부탄가스 토치가 아닌 숯불화로를 이용해 아부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 것만 봐도 제대로 된 스시집이다. 매드포갈릭도 들어올 예정이라고 하니 롯데월드 몰 식당 라인을 담당한 사람이 정말 성심성의껏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서울의 느낌을 내기 위해 바닥에 의도적으로 금이 가게 만든 바로 그 곳!
서울 3080 거리에는 온갖 한식당이 있다. 그 중 홍대 앞에 본점이 있는 떡볶이 + 새우튀김집 미미네에 가서 또 먹었다. 옆의 이성당은 군산에서 올라오셨다고 함. 군산사는 내 친구가 인증해 줌.

달달한 국물떡볶이도 유명하고 그 옆에 새우튀김도 유명하다. 완전 통통한 새우를 쓰다보니 한 마리에 2300원이나 하는데 약간 비싸긴 하지만 그만큼 크고 속이 꽉 차 있다.

미국에서 하드락까페도 들여옴 ㄷㄷㄷ

말의 해 그럼 이제 안녕~

이제 사진작가의 실력과 똑딱이 카메라의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토요일이 지나갔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유서 미리 쓰고 가봐야 한다는 롯데월드2에 가서 사실 조금 감동 받고 왔다. 건축은 마감에 쫓겨 허겁지겁 했을 지 몰라도 그 내부는 알차게 채워두었다. 중국인이 많다고 얘기만 들었는데 여기 가면 느낄 수 있다. 표지판의 반은 중국어고 특히 명품 매장의 시즌 오프 할인 안내판은 중국어가 더 많다. 하긴 1700만원짜리 소파나 2500만원짜리 밍크코트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봤자 몇 명이나 산다고 그 큰 백화점 전체를 명품관으로 만들겠나. 논란의 핵심 타워 그만 짓고 잘 갖춰놓은 몰이랑 백화점 잘 운영했으면 좋겠다.

아 길다 길어 이제 일요일.

오늘 점심엔 코엑스에 왔다. 내 앞마당이다보니 가장 자주 옴.

서울 하늘 아름답다.

그로밋과 양 안뇽

곰돌이 안녕

저 앞의 빌딩 중 어딘가에 동천홍이 있었는데 이젠 없다. 같은 빌딩에 삼성국수였나 하는 국수집도 있었는데 무려 식신로드에 나왔다더라. 이번엔 안갔지만 우리 동네에 이남장도 있고 하동관도 있고 새벽집도 있다. 가족끼리 아침 외식을 하게 되면 보통 저 셋 중 한 곳에 감.

코엑스가 리모델리이 끝난 후 꽤나 한적해진 이 곳에 피엪창이 들어왔다. 그 옆에 이태원에서 넘어온 테이스팅룸도 있다. 내가 점심먹으러 간 곳은 카페 마마스. 리코타치즈샐러드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청포도 에이드도 정말 좋아한다.
카페마마스는 꾸준하다. 항상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맛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코엑스 가장 끝에 있기 때문에 사람이 그리 많진 않다. 코엑스가 한창 리모델링중이었을 때는 30분씩 기다리기도 했는데 이젠 기다리지 않는다. 일요일 점심이었음에도 만석이 안되는 것은 타격이 있긴 할텐데. 결국 리모델링 오픈빨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지 별 수 있겠나.

식사 후 코엑스 구경 중
라이브 플라자에서 누가 팬사인회라도 하나보다

건담아저씨 졸귀

식후 커피는 아티제
이렇게 큰 아티제는 처음본다.


이렇게 짱짱 넓은데 저 오픈키친 뒤 편에도 오픈키친이고 자리들이 있다.

아티제에서는 무조건 슈를 먹는다.
이 슈는 저녁 식사후 우리 집앞 아티제에 가면 보통은 품절이다.


곰돌이 귀여웡 눈사람 귀여웡
슈크림과 커피를 먹은 뒤엔 현대백화점과 파르나스몰을 구경하러 갔다. 금요일 저녁엔 카카오 스토어 때문에 리모델링이 끝난 코엑스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팝콘집 홍콩에도 있다. 시카고에서 유명하다고는 하나 애초에 난 팝콘은 술집에서밖에 안먹는다.

2015년은 양의 해양

현대백화점 지하의 매장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인다. 특히 아주 유명하지는 않은 디저트, 빵가게들은 부담이 클 것 같다. 기껏 열심히 팔고 있는데 파리에서 날아온 피에르에르메가 한 쪽 가게에 들어선다든지. 기껏 장사 잘 하고 있는데 먹거리x파일이 식용 벌집을 싸잡아 매도한다든지. 현대백화점 지하에 들어서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그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특히 디저트는 종류가 다양하지만 디저트를 두 번 먹는 사람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그 일대의 모두가 경쟁할 수 밖에 없다.

파르나스 몰은 인테리어나 구성이 마음에 들게 잘 되어있다. 크로와상 타이야끼라는 크로와상 붕어빵집이 생겼는데 결국 못 먹어보고 온 것이 한이된다. 다음번 서울 방문까지 남아있어주면 좋겠다. 아 그리고 현백 지하에 8b돌체라는 롤케익도 크림 듬뿍 들어 있어서 탐났는데 못 먹었다.

아 아름답다

일요일 저녁엔 강남역에서 친구들과 엄청 맛있는 서래갈매기를 먹고 귀감이네 집에 가서 놀았다. 누가 과고생들 아니랄까봐 매우 건전하고 오덕오덕스럽게 마이티를 치고 피시방에 갔다. 고딩때와 달라진 것은 술이 추가된 것과 각자 조금씩 더 성숙해진 것 정도?

다들 그럭저럭 고민하며 산다. 친구가 페이스북에 썼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친구 생일파티로 오래간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이 모였다.
끝날 때 즈음 연락처를 물어봤더니
"카톡은 등록 돼 있을걸. 근데 너 연락할거야?"
라고 물어보길래
"음.. 맞네.. 이렇게 있다가 또 뜸하게 보겠지-" 했더니
"그냥 대충 각자 잘살아야돼. 가끔 볼 때 반갑게.
그게 서로한테 잘하는거야"
라고 했다. '대충 각자 잘 살아라'라는 말이
그럴듯하게 따뜻하네 라고 느꼈다.

다들 대충 각자 잘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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