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7.

해바뀜

2014년이 가고 2015년이 시작되었다. 연말연시엔 우리 회사 건물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적응이 안됐다. 그 수많은 명품샵들이 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는 모습은 아직도 이질적이다.

살롱드떼 문을 지키고 있는 그로밋

눈사람 귀여움

주방에서 만들어주는 디저트는 너무 비싸서 못먹어봤고 가끔 스트레스 받을 때 마카롱 사러 간다. 하지만 이제 리츠칼튼에 피에르에르메가 들어오기 때문에 갈 일 없을 예정.

제시카 안녕ㅋㅋㅋ

늘 출퇴근길에 사람 북적북적한 모습만 보다보니 휑한 모습이 신기함

연말, 생일, 새해 기념으로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가우초는 영국에 있는 아르헨티나식 스테이크집이라고 들었는데 작년에 홍콩에 진출했다고 한다.

천장 장식이 아무리 봐도 수은 같은데 문과생들은 공감해주지 않음

의자 5개짜리 바에 디제잉용 턴테이블이 있는게 너무 구색맞추기식인 느낌

고기

고기와 사이드

빵, 소금, 후추, 아르헨티나식 남미맛 소스

네 덩이가 각각 다른 부윈데 안심, 등심, 치맛살, 채끝인가 그랬던거 같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모두 미디움레어였는데 고기가 어느 정도 이상 두꺼워지면 미디움레어가 별로라고 생각한다. 피가 너무 많이 나와 ㅜㅜ

와인 셀러

아직 건재한 산타장식. 란콰이펑 중심부는 언제나 시끄럽다. 정신 하나도 없음 ㅜㅜ

2015 ㅎㅇㅎㅇ

집 근처에 커피 로스팅 + 핸드드립을 해주는 곳을 찾아냈다. 여기 산지 5달만에 발견함

빵도 판다

문고리가 커피가루 누르는 그거다 ㅋㅋㅋ 평일엔 못가고 주말에나 가끔 가는 중

해가 바껴도 달라지는건 많지 않다. 팀 수입이 0으로 리셋되는 것 정도? 연말에 여유롭다가 연시로 바뀌자마자 바빠지는 세일즈나 IBD와는 달리 오늘이나 내일이나 연도만 바뀔 뿐 거래소는 여전히 열리니까.

홍콩이 뭐로 유명하냐고 물어본다면 의외로 홍콩 사람들은 쇼핑 다음으로 트래킹을 꼽는다. 이 작디 작은 땅에 무슨 트래킹인가 싶은데 아름다운 트래킹 코스로 무슨 상도 받았다는 드래곤스 백 루트에 갈 기회가 생겨 다녀왔다. 지난번에 갔던 섹오비치 뒤쪽 산을 타는 코스인데 맨날 보는 야경과는 전혀 딴판인 홍콩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시작지점
딱 봐도 비싸보이는 아파트들과 그 앞의 만에서 수상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올라가는 길 양 옆으로 이렇게 나무가 있는 부분이 많아서 시원한 그늘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이렇게

점점 고도가 높아진다.

바다라고 해도 저렇게 땅에 둘러쌓여 있으면 파도도 잔잔하고 놀기 좋을듯

홍콩에선 시속 1키로미터로 트래킹하는게 대세인 것 같다. 이 코스가 중간 난이도라고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던 것 같은데 저 속도로 걷는 사람들에게나 중간 난이도인 느낌이다. 애초에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65미터인가 그런데 어려울리가 있나.

이쪽 뷰는 이제 마지막이다. 반대쪽으로 넘어감.

넘어갔더니 지난번에 바베큐하러 갔던 섹오비치가 펼쳐져있다. 멀리서 보니 정말 작다.

날씨는 좋았는데 물 위에 물안개 같은 것이 가시질 않아서 수평선을 제대로 못봤다.

뭔가 사연이 있을 것만 같은 바위

저 위의 사진들은 이 사진의 왼쪽에 사람들 몰려있는 곳에서 찍은 것이다. 저기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원래 코스인데 나는 더 높은 곳을 찾아 반대로 올라왔다.

산 능선을 따라 트래킹 코스가 보인다.

바람이 강해서 실제보다 더 살쪄보이게 나옴

높이 오면 바위산이다.

홍콩 와서 이런 모습 못보고 가는 사람들 정말 많음

남해안에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가본 적이 없는데 여기보다 섬이 훨씬 많다면 정말 볼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함

코스따라 진행중. 골프장이 보인다.

뭔가 썰매를 타고 싶어지는 골짜기



능선을 타기 시작하자 부자동네가 다시 보인다. 부자동네 왼쪽 멀리 보이는게 아직 못가본 스탠리.

빙하가 내려가며 만드는 피요르드(?), U자형 계곡(?) 처럼 생겼지만 이 더운 땅에 그런 것이 있었을리는 만무하다.

골프치고 싶다.

수평선 보고싶다.

많이 걸어 와서 뒤를 보면 섹오반도를 이루고 있는 봉우리들이 보인다.

저 왼쪽에 살짝 보이는 해변이 빅웨이브 비치라고 여름에 서핑하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서핑은 1학년때 기숙사에서 가는거 따라갔다가 개고생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 이후로 얼마나 늘었나 여름에 가보기로 함.

오 정상이 284미터다. 암튼 300미터도 안되면 엄청 낮은 산이지

이후로는 내려가는 길이라 풍경은 별로 없다. 트래킹 루트는 꾸준히 그늘을 만들어놔서 다닐만했다. 겨울임에도 꽤 더웠는데 여름엔 못올 것 같다. 극기훈련 행군 느낌일듯...

반대쪽 입구. 시속 2키로미터로 발전함

버스타러 가면서 가지만 남은 나무에 구름이 잎사귀처럼 피어있는 것 같아 찍었다. 더 내려가면서 알았는데 저 뒤에 철망 안쪽은 교도소라고 한다.

새해 기념 refreshing 한 트래킹이었음. 사진 엄청 찍어대며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히 주파한다. 표지판대로라면 2시간 15분이 걸려야 하는데 그러기엔 코스가 쉽다.

도현이형이 놀러와서 찍어주신 근황샷
살이 찌긴 했다. 볼이 하대리같음.

열심히 살아야지 2015년
태도와 자세부터 차근차근 닦아나가야지

2015. 1. 9.

휴가 사진 일기 4

금요일 점심엔 예전부터 미리 시간을 부킹해놓은 영채를 만나러 신촌으로 갔다. 아마 이 휴가 전에 미리 약속을 잡아놓지 않았다면 만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 때 이대앞과 신촌에 자주 가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것도 정말 옛날 일이 되어버렸다. 2012년 초 이후로 신촌엔 처음 가는 느낌이었다. 


신촌역에서 연대앞까지 원래 왕복 4차선이었다는데 2차선으로 줄이고 차없는 거리를 만들어버렸다. 가끔 버스 정도는 지나다닌다고 한다. 확실히 복잡함은 줄어들었다. 이 날 점심즈음엔 이미 먹고 싶은 것들은 다 먹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딱히 메뉴를 미리 고민하지 않았다. 돈까스 전문점 이끼가 문득 생각나서 한 번 검색해봤는데 이미 없어진지 꽤 되었다길래 그냥 생각을 멈추고 연대 재학생한테 선택을 맡겨 버렸다. 그래서 간게 복성각인데 옛날에 이 동네서 놀 땐 가끔씩 가곤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점심이 아니었다면 한국식 중화요리도 한 번 못먹고 홍콩 돌아갈 뻔 했다.

돌아가는 길에 여길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역시 무지앤콘이 제일 귀엽다

귀엽당

귀여워

사실 무지앤콘 피규어를 정말 사고 싶어서 마지막 고민을 하러 찾아갔던 곳인데(향후 코엑스에 갈 일이 없었다) 결국 잘 참아내고 다음을 기약했다. 확실히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로 사소한 지출에 무감각해진 것이 느껴지지만 카카오프랜즈 아이템들은 사소한 가격이 아니었다.

집 돌아가는 길에 갤러리아!
갤러리아 명품관 지하에 좋은 푸드코트가 있는데 마마스, 바토스, 부자피자를 비롯한 여러 핫한 음식점들이 많다. 이번 휴가에 바토스를 못 간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홍콩에 먹을만한 멕시칸 음식점은 있어서 우선순위가 밀린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저녁 약속 전 시간을 쪼개 들른 송은아트스페이스
입장료 안받는 미술관인데 가끔씩 쏠쏠한 전시들을 한다. 특히 2011년에 했던 피노컬렉션 특별전은 정말 감명 깊게 봤다. 외박 나온 군인 신분으로 두 번이나 보러 갔었다.

반대쪽에서 본 모습

송은미술대상 특별전을 진행중이다.

미술관 1층에 식당이 있는데 애매한 시간에 갔더니 스텝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요리사들이 브레이크 타임에 먹는 밥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ㅋㅋㅋㅋ 이 장면을 보니 뉴욕의 휘트니박물관 생각이 났다. 그 곳 지하의 식당은 엄청 유명한 사람이 운영하고 있다.

어떤 작가의 무슨 제목의 작품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굳이 검색해서 찾아 쓸 수도 있겠지만 그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 감상만 적고 지나갈 것이다.



전시관 2층과 3층에 걸쳐 있는 작품
내가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의미를 받아들이는 것에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 방 안을 둘러볼 수 있게 되어있는데 나는 거미줄 같이 엉켜있는 빨간 실 때문인지 작가의 뇌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저 방 안에 책상 위에는 얇은 종이에 인쇄된 책이 있었고 그 위엔 영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가벼운 이미지의 오브제를 좋아하는 작가라 그랬는데 그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같은 작가가 한쪽 벽에 색연필로 그려놓고 간 빛의 삼원색과 색의 삼원색
이건 나름의 방법으로 빛을 표현한 것 같다. 아무래도 빛 보다 가벼운 것은 없으니까

두 번째 작가의 호텔 파라다이스
모텔을 전시장 안에 옮겨 놓았다. 이 작가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데 그런 작가가 생각하기에 가장 은밀한 공간은 아무래도 모텔이 아닐까? 파라다이스라 부를만큼 행복한 공간임과 동시에 어느 곳 보다 폐쇄적이고 은밀한 공간이라는 모순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모텔이 현대 사회를 잘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같은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이미 언급했듯이 공간을 좋아하는 이 작가는 이번엔 세 가지 공간을 한 작품에 모아 현대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도대체 뭘 표현하고 싶었는지 몰라서 도슨트에게 설명을 들었다. 맨 위의 에펠탑 조각 같은 부분은 사실 쌍용차 해고자들이 농성을 벌였던 송전탑이다. 그 아래 노란 구조물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송파 세 모녀의 셋방을 그대로 옮겨왔다. 맨 아래 빨간 타워는 포천 아프리카 박물관 노동자들이 생활했던 기숙사의 모습을 재현했다고 한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렇게 회화를 하는 작가도 있었다.

아트스페이스 마당에 있는 하트


송은아트스페이스를 나와 집까지 걸어갔다. 갤러리아에서 청담사거리까지 명품 매장들이 줄줄이 있는데 매일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길에 보다보니 별로 특별해보이지도 않는다. 물론 가격표를 보면 다시 특별해보이겠지. 오후 시간에 걸으니 나무가 너무 불쌍했다.

이 날 저녁엔 2-3모임과 초등학교 동창모임이 있었다. 2-3모임에서 저녁으로 맛있는 회와 해물찜을 먹고 초등학교 동창모임에 가서 4시까지 술을 마셨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하루였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아웅다웅 살아가고 있다.

토요일 점심엔 삼촌네 집에서 외가 4촌들 모임을 했다. 회+닭강정+소고기를 먹음. 삼촌 아들이 04년생인데 핵귀요미다.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한다.



불과 2년전만해도 이렇게 작았던 것 같은데 확실히 애들은 정말 빠르게 큰다.

이것 저것 먹으며 와인도 마시고 가요대전 재방송도 보고 Wii로 놀다보니 다음 약속시간이 되어 압구정으로 향했다. 스탠포드 친구들 몇 명을 보기로 했는데 하버드 대학원에 다니는 친구가 가보고 싶다며 방문한 왕자장어에서 이미 오늘은 풀예약이라고 까이고 닭갈비를 먹으러 갔다. 왕자장어는 나중에 검색해 봤더니 매우 유명한 집이었다. 다음에 꼭 가봐야겠다.

닭갈비 역시 해외에서 먹기 힘들다

닭갈비를 맛있게 먹고 근처 이자까야에서 술을 마시다가 11시쯤 설곽인의 밤으로 자리를 옮겼다. 간단한 후기는 이미 썼으니 넘어가기로 한다. 이 날 역시 3시 넘어 집에 갔다.


수육에 소주 개굳

다음날 아침엔 짐을 싸서 공항터미널에서 부치고 노트북을 보러 갔다. 아빠가 집에서 쓸 새 노트북을 사야한다고 해서 삼성전자 매장에 갔는데 연말이다보니 꽤 싼 딜이 많았다. 어짜피 집에서 부모님이 쓰는거 게임이나 복잡한 연산하는 프로그램 쓸 일이 없을테니 가장 싼 모델로도 스펙이 차고 넘쳤다.

그렇게 노트북을 정하고 엄마가 점심에 뭘 먹고 싶은지 물어봤다. (저녁은 집에서 엄마밥 먹기로 했었다) 이미 휴가 내내 잘 먹어왔기 때문에 퍼뜩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 기회를 흘려보내기엔 한국에 올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정신을 집중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불과 1~2분만에 냉면이 생각났다. 함흥식이든 평양식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냉면은 제대로 만들기가 정말 힘든 음식이라 그런지 외국에서 만족스러운 냉면을 먹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한 때 냉면이 어떻게 11000원이나 하냐고 매스컴에서 난리가 났던 적이 있는데 난 만오천원짜리 파스타보다 만들기도 어렵고 맛있는 음식인데 까이는 것이 뭔가 불쌍했었다. 하지만 비싸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나의 선택을 들은 아빠는 바로 근처 평양냉면집으로 향했다.

1인분이 정말 많다.

꽤 유명한 집인가보다.
난 냉면 매니아 급은 아니라서 무슨 3대냉면집 같은거 찾아다니진 않는다. 그냥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냉면집이면 다 맛있다.

휴가 일기는 이렇게 끝이다. 이 뒤로는 별거 안했다.
트랜스퍼 손님이 많아서 게이트에서 비즈니스 업그레이드를 받았는데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창가석에 앉았다. 이 비즈니스 업그레이드가 내게 준 것 중 최고는 좋은 기내식이나 와인, 넓은 앞뒤 간격보다 밤비행기를 타면 볼 수 있는 멋진 야경이었다.



이런 사진 찍을 땐 정말 좋은 카메라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