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0.

홍콩여행 프롤로그

여행이라는 단어는 각자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모험을 통해 대자연을 느끼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도 있고 세계 각지의 다른 문화를 느끼는 것에 주력할 수도 있다. 이런 여행의 컨셉을 정하는데엔 아무래도 여행지와 동행인이 가장 큰 영향을 준다. 홍콩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반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는 이 곳에 가족이 3박 4일간 놀러왔었다. 우리 가족은 다른 곳에서 알뜰하고 꼼꼼하게 아끼지만 먹는 것에는 딱히 아끼지 않는다. 전에 부산 여행을 갔을 때는 숙소 체크인을 하기도 전에 해운대에 유명한 암소갈비집에 가서 갈비를 먹었고 여행 내내 하루 세 끼와 후식에 맞춰 동선을 짰었다. 이번 여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컨셉을 유지하기에 홍콩만큼 좋은 도시도 얼마 없을 것이다. 일본의 유명 식당이 국제 무대에 데뷔하기 위해 점포를 내는 곳이 홍콩이고 반대로 서양의 식당이 아시아로 확장하고 싶을 때 점포를 내기 좋아하는 곳이 홍콩이다. 그러다보니 먹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아서 동선과 cuisine 정리하느라 많이 고심했다. 내가 돈을 벌다보니 메뉴 선정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서 좋았다.

짧은 것 같지만 홍콩의 겉을 핥기에 충분히 긴 시간 동안 정말 치밀하게 여행했고 꽤나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방문한 식당들의 미슐랭 스타만 6개고 그 동안 홍콩에서 가봐야할 곳들은 대충 다 둘러보았다. 이번 주말내로 사진 정리와 함께 여행기를 남겨야겠다.

뜻밖의 화보

p.s. 미슐랭 이야기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 평가는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지표라고 볼 수는 없다. 애초에 맛이라는 것은 개인이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결코 객관적으로 수치화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보니 언제나 논란이 있고 한계가 있다. 가이드는 가이드일 뿐이니 참고자료로만 활용해야지 별이 3개라고 무조건 감동적인 맛을 기대한다면 자칫 실망할 수도 있다. 2스타 이상의 평가를 얻으려면 맛 이외의 까다로운 평가조건을 만족시켜야한다. 어느 수준 이상의 서비스(hospitality)를 제공해야 하고 충분한 와인(혹은 cuisine에 어울리는 술)이 갖춰줘야 한다. 그러니 별이 없다고/적다고 맛이 떨어진다고 보긴 힘들다. 일례로 2010년부터 5번 중 4번 세계 레스토랑 1위를 차지한 덴마크의 노마는 여전히 별 두개다. 그리고 태생이 프랑스 회사다보니 프렌치에 대한 선호가 분명 존재한다. 최근에는 일식에도 후하게 점수를 주는 편이라고 한다. 역사가 길다보니 그러한 가치관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지만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데 나는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것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각지에서 우리나라 쉐프들이 한식의 아이디어가 가미된 음식으로 별을 받아내고 있다. 언젠간 서울도 레드가이드가 발간되었으면 좋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