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4.

홍콩여행 1일차 - 뜻밖의 선택장애

짧지만 촘촘했던 홍콩 관광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인터콘티넨탈 스테이크 하우스에 왔다. 이 곳은 간만의 가족여행인 만큼 스테이크를 썰자는 아빠의 의견을 수렴하여 다수의 사람들이 홍콩에서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 하우스라고 추천하였기에 선택하게 되었다. 예약하면서 알게되었는데 여기도 미슐랭 원스타더라. 여행 계획 단계부터 예약을 해두었기에 좋은 창가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드디어 가본다!
우리 자리 창 밖 뷰
인터콘티넨탈의 사이드에 위치한 태생적 한계 때문에 홍콩의 야경이 정면으로 보이는 그런 자리는 없다. 그러니 IFC가 보이는 이정도 자리면 충분히 좋다고 할 수 있다. 안개가 짙은 날이어서 맨눈으로 봐도 야경이 완전 아름답진 않았다.
웰컴 디쉬로 나온 야채스틱과 소스, 그 옆엔 버터다. 야채스틱엔 관심이 없어서 맛을 보진 않았다.
먹물바게트와 플레인바게트, 그리고 칩이 식전빵으로 나왔다. 버터 발라서 먹다보니 뭔가 허전해서 올리브오일과 발사믹소스를 달라그랬는데 따로 걔네를 부을 접시를 안주더라. 그냥 자신의 빵접시에 부어서 먹는 것인가보다.
처음에 액정화면인줄
이곳도 어쨌든 야경이 있는 곳이다보니 창가쪽 자리들은 조명이 매우 어두운 편이다. 그래서인지 메뉴판을 펼치면 흰 종이 뒤로 불빛이 비추게 만들어 두었다. 처음 펼쳤을 땐 메뉴판 한 개에 타블렛 두 개씩이면 돈이 얼마지 싶었는데 그냥 종이다.
선택 하기 힘든 것은 여기부터 시작인데 일단 고기 종류(부위 말고 원산지, 등급의 차이)만 5가지다. 메뉴판 오른쪽 아래 3단으로 촘촘히 써있는 것들이 사이드메뉴다. 사이드가 저렇게 많은 스테이크집은 처음봤다. 보통 6가지 ~ 12가지 정도에서 끝나는데.
고기를 먹으니 와인을 안시킬 수 없어서 시켰는데 원산지 온라인 매매가의 4배 가격이었다. 그래도 소매가 49.99달러면 좋은 편인 와인이고 실패하기 힘든 cab을 골라서 잘 마셨다.
주문을 완료하면 우선 고기 및 기타 요리에 뿌려 먹을 수 있는 8가지 소금을 가져다준다. 저기 세번째로 있는 히말라야 핑크는 꽤나 유명한가보다. 말도 안되는 허세를 부릴 수 있게 레스토랑이 도와주는 느낌이다. 참고로 다 짠맛임.
소금은 테이블에 깔아두면 되고 다음은 칼을 고를 차례다. 맨 왼쪽에 메스같은 칼부터 맨 오른쪽에 아웃백에서 빵 자르던 칼같은 칼까지 10가지나 된다. 종업원이 설명해드릴지 물어봐서 어디 한 번 이걸 어떻게 설명하나 보자하고 들어봤는데 특별한건 없고 원산지와 매우 간단한 특징 정도를 설명해준다.
Designed by Porsche
나는 엔지니어링의 나라 독일제로 주세요를 외쳤고 이 칼을 주었다. 손이 칼날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저 동그라미 주변에 포르쉐가 각인되어있다.
엄마와 아빠가 색깔 보고 고른 칼. 끝이 저렇게 약간 휘어있는 애들은 프랑스제라고 한다.
동생이 고른 이탈리아제 칼. 뭔가 흉기같다.
BLUE MARLIN & AI TUNA TARTARE WITH AVOCADO & APPLE
에피타이저로 주문한 튜나타르타르인데 빵이나 뜯으며 배고픔을 달래던 우리는 사진 찍을 새도 없이 절반을 먹어버렸다. 4인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 나와서 신기했다. 식전빵에 있는 칩이랑 먹으면 맛있다. 동그랗게 구슬처럼 깎여 나온 것이 사과다.
토마토와 마늘 구이
다 먹으면 개인용 뜨거운 접시가 준비되고
뉴욕 스트립 & 포터하우스
랍스터 & 농어
스테이크는 역시 뉴욕스트립이지 하면서 시킨 것과 양을 보고 시킨 포터하우스(흔히 아는 티본), 고기는 충분할 것 같아 시킨 농어구이와 (상대적으로) 매우 싸서 시킨 랍스터테일이다. 양이 엄청 많았다. 포터하우스의 뼈 근처까지 싹싹 발라먹지 못하고 결국 조금 남겼다.
고기가 두부잘리듯이 썰렸고 고소하고 맛있었다. 좋은 고기맛 뻔하지뭐. 이런 두꺼운 미국느낌의 투박한 스테이크도 맛있지만 란콰이펑에 이탈리안 스테이크하우스 bistecca의 와규 스테이크가 더 맛있었던 것 같다. 물론 고기의 질 차이도 있겠지만 절반정도인 두께가 가져오는 맛의 차이가 더 클 것 같다.
고기를 어떻게 썰어서 나눌까 고민하고 있으면 뒤에서 종업원이 슬그머니 나타나 12가지 머스터드와 3가지 또 다른 소스를 보여주며 뭐먹을지 물어본다. 이걸 설명 듣고 있으면 고기가 다 식을 것 같아서 늘 즐겨먹는 씨겨자 주세요 하고 고기를 썰었다.
홀 중앙에 샐러드바도 있다. 샐러드바를 추가하면 1인당 3만5천원 정도가 들어서 가볍게 패스했다. 나가면서 둘러보니 내용은 잘 갖춰져있긴 했다. 사이드나 에피타이저 전혀 없이 고기+샐러드바만 시켜도 괜찮았을 뻔.
7시쯤부터 먹었으니 배가 꽤 부를 때 쯤 8시가 되어 심포니오브라이트를 시작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딱히 별거 없다. 그래도 너무 큰 기대 없이 한 번쯤 볼만한 정도.
인터콘티넨탈 로비라운지
다 먹고 나왔다. 호텔 구경만 간단히 하고 avenue of stars로 내려갔다.
호텔 내부 계단에서 보이는 avenue of stars
시상식 트로피 느낌의 여인
무언가가 소환되는 느낌의 서치라이트
avenue of stars의 명물 버터징어
그 길 끝에서 육교를 건너면 펼쳐지는 풍경
avenue of stars에 처음 갔을 땐 몰랐는데 아빠와 함께 가니 한자를 읽을 줄 아셔서 익숙한 배우들의 이름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홍금보라든지 결혼한다는 장쯔이라든지. 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핸드프린팅은 나도 알 수 있을 정도의 배우들이었다. 이 길을 굳이 끝까지 걸어간 이유는 바로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였다.

대만에서 건너온 망고디저트집 망고차차는 서울에도 있다고 한다. 우리 망고빙수 먹으러 간다니까 엄마가 호미빙이야길 하던데 대만식이다보니 아마 근본이 같을 것이다.
망고빙수
망고 수플레
나는 망고와플, 망고크림퍼프, 망고아이스크림까지 망고 풀세트를 시키고 싶었는데 다들 배가 부르다하여 배 안차는 빙수와 빵류 디저트 셋 중에 고른 수플레를 먹었다. 역시 동남아 하면 열대과일, 열대과일 하면 망고지.

이렇게 첫 날이 끝났다. 1시쯤 팀호완에서 점심을 먹기 시작했으니 약 10시간동안의 여정이었는데 홍콩을 거의 다 둘러보았다. 필수 코스인 에스컬레이터~소호를 보았고 야시장도 갔으며 홍콩 3대거품(허유산, 타이청베이커리, 심포니오브라이트)도 모두 체험했다. 역시 가족 여행의 핵심은 음식이고 좋은 음식은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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