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4.

홍콩여행 2일차 - 조엘로부숑

둘째날 아침은 흘려보내고 점심을 먹으러 센트럴에 있는 랜드마크 빌딩으로 향했다. 이 빌딩에는 맛있는 식당이 많이 있는데 그걸 빌딩 홍보에 적극 활용한다.
우린 점심을 먹으러 저기 검정색 옷을 입은 아저씨가 운영하는(이름을 빌려준) 조엘로부숑에 갔다. 미슐랭이 별 세개를 주었고 점심 가격이 저녁 가격의 1/3~1/2 정도라 가족이 비행기표를 사자마자 일요일 점심으로 예약했다. 이 빌딩엔 이런 유명 레스토랑들 말고도 프랑스에서 건너온 라뒤레 마카롱집이 있다. 이 아저씨가 현재 거의 제일 잘나가는 쉐프인 것 같은데 자기 이름달고 받은 미슐랭스타가 25갠가 그렇고 프랑스 어디 잡지에서 1900년대의 쉐프오브센추리로 선정했다고 한다.
여긴 낱개로도 팔지만 아직 가보지 않았다. 일단 가족들이 달디단 디저트쪽은 선호하지 않기도 하고 뭔가 이걸 맛볼 타이밍도 안나왔다.
양의 해라 그런지 빌딩마다 장식이 완전 귀엽다. 저 천장에 걸려있는 구름들은 위 아래로 움직이며 둥실둥실 떠다니는 연출을 하고 있다.
별도의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식당 입구
왼쪽에 써있는 아틀리에는 네모난 쉐프's 테이블 형식으로 되어있고 오른쪽의 르자딘이 서빙받는 테이블이 있는 부분을 일컫는다. 우린 네명이 바에 앉을 순 없으니 테이블을 잡음.
아틀리에의 바 테이블
우린 배고파서 열두시가 되기도 전에 입장했고 그렇다보니 거의 첫 손님인 것 같았다.
우리 테이블 세팅
유리 물컵
창가에 붙어있는 자리를 줬다. 꽃이 생화다.
안쪽 테이블들
테라스석
통유리 창문 밖으로 테라스석도 준비되어 있었다. 바람이 꽤나 부는 날임에도 밖에서 와인과 함께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이 있었는데 식사하며 관찰한 결과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에 앉은 것 같았다.
사과주스
일단 다들 주스를 시켰다. 생과일을 갈아 만들어서 그런지 나오는데 꽤 걸렸다. 난 사과주스를 시켰고 동생이 오렌지주스, 아빤 자몽주스, 엄만 당근주스를 마셨다. 주스가 70불인가 그런데 콜라값이랑 비교하면 시킬만한 가격임.
버터
무염버터와 가염버터. 당연히 가염버터가 더 맛있다. 반투명한 접시가 신기했음.
각종 빵
바게트랑 브뤼오슈(밤빵같은애)가 맛있었다. 크롸상은 더 맛있을 수 있을듯. 빵 인심이 매우 후하다. 둘만 온 손님도 저만큼 가져다 줌.
점심은 3코스, 4코스, 5코스가 있는데 3코스만 시켜도 식전빵이랑 아뮤즈부쉬, 쁘띠뿌르까지 먹으면 충분히 배부를 것 같다. 프렌치라고 조금씩 주지 않아서 5코스를 시킨 동생은 메인을 다 못먹고 남겼다.
3층양파탑 & 무슨튀김...
자세한 것은 기억이 안난다. 양파를 재료로 만든 스프 2층과 양파 거품, 파와 무슨 향신료 가루를 올린 스프와 무언가를 튀긴 튀김이었다. 매우 진하고 단 맛의 양파가 입안을 감싼 느낌만 기억이 난다. 역시 프렌치 하면 어니언스프지 하며 만족했던 것 같음.
beef cheek salad with beef jelly, wasabi and celeriac cream
crispy poached egg on mimolette cheese emulsion with smoked duck breast
white asparagus with almond oil, baby spinach and Iberico ham
다행히 메뉴 사이클이 안돌아서 홈페이지에 가서 메뉴판을 보며 우리가 먹었던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에피타이저를 시킬 땐 일부러 세 가지가 모두 제공될 수 있게 시켰다. 넷이서 오니까 다양한 것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시킨 것이 맨 위의 소고기 샐러드인데 평범했다. 고소한 고기 샐러드 느낌. 그 위의 면처럼 되있는 채썬 야채가 완전 상큼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 아래 계란요리는 안먹어봤는데 아빠랑 동생이 매우 만족하며 먹음. 마지막 아스파라거스 요리가 가장 맛있었는데 일단 에피타이저는 식물을 먹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어짜피 메인에서 고기 먹을테니까. 고소한 소스랑 아삭거리는 아스파라거스랑 짭짤한 햄이 같이 나와서 매우 맛있다. 식욕을 돋구는 에피타이저의 정석같은 느낌.
French green lentil veloute with cardamom, bacons and croutons
다음은 스프. 스프는 두 가지 밖에 없어서 네 명이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시켰는데 모두 이걸 시킴. 그 위의 메뉴가 생강과 샐러리 부이옹이라 충분히 안끌렸을 수 있다. 렌틸콩이 꽤나 핫한 건강식재료라는데 메뉴에 써있는 것 중 베이컨밖에 모르니 어떤 맛이 어떤 재료에서 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안에 익힌 콩이 한 줌 들어있는데 고소하고 따뜻한 스프와 함께 먹기에 좋았다.
grilled challans duck breast with turnip, orange and ginger
매쉬드포테이토
내가 고른 메인은 오리고기. 아빠도 메뉴판을 보자마자 말했지만 이런 곳에 왔으면 역시 소고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아빠 세대에. 누군가는 그런 인식이 우리나라의 파인 다이닝 문화가 발전하는데 걸림돌이네 어쩌네 하는데 그런건 잘 모르겠고 난 이런 곳에서 먹는 오리고기를 매우 좋아한다. 오리 바베큐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오리만큼 여러 부위가 다른 느낌과 맛을 주는 동물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 곳의 오리는 상당히 크리미했다. 껍질이 붙어 있어서 오린줄 알지 살코기 부분만 줬으면 누구 간인줄 알았을듯. 마블링이 좋은 고기를 적당히 조금만 익히면 지방이 녹아서 고기 전체가 저렇게 부드러워진다는데 감동적이었다. 암튼 오리는 짱짱이다. 소 안심이나 등심구이가 메인 초이스에 있지 않다면 언제나 오리를 고를듯. 감자는 부드럽고 맛있었음. 버터를 넣었다함.
roasted Iberico pork pluma with broccoli puree and hazelnuts
엄마가 고른 돼지고기요리! 돼지고기를 미디움레어로 만든다니! 저온으로 꾸준히 구워 만드는 돼지고기 스테이크라고 한다. 스페인식이라는데 매우 부드럽고 마음에 들었다. 돼지고기는 확실히 소와는 다르다. 다른데 표현이 안됨.
traditional french 'blanquette de veau' cheek with creamy risotto
리조또
송아지 우둔살 요리인데 아빠가 주문할 때 굽기 정도를 안물어볼 때 부터 심상치 않았다는데 다른 메인요리에 비해 딱히 맛있지 않았다. 고기가 부드럽고 크림도 고소했는데 저게 양이 꽤 많아서 다 먹기에는 심심했다. 대신 저 리조또가 대박이었는데 입 안에서 밥알갱이가 굴러다니는게 느껴진다. 졸업식 때 나파밸리의 부숑에서 먹은 랍스타리조또가 떠오르는 그런 느낌이었다. 밥을 어떻게 요리하면 저렇게 되는지 매우 궁금하다.
maine lobster spaghettis and coral emulsion
5코스 먹은 동생이 골랐던 랍스타 스파게티. 흩뿌려진 금가루가 인상적이다. 보면 여기 참 거품내는 것 좋아한다. 랍스타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다. 재료의 맛을 잘 살린 좋은 요리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delicate verbena jelly with strawberries, yogurt cream and strawberry sorbet
이제 디저트! 내가 고른 딸기 디저트! 딸기! 요거트!
chocolate trilogy with guanaja chocolate ice-cream, cookies and cream
초콜릿! 초코아이스크림! 초코쿠키! 초코크림! 초코장식!
하지만 우리가 먹은 것보다 이 디저트 트롤리를 시키는 것이 정답이었던 것 같다.
단품 디저트가 3가지가 있었는데 나머지 하나가 망고였고 우린 어제 먹었기 때문에 엄마가 그냥 뭐 나오나 보자 하고 시켰는데 이런 엄청난 카트를 끌고 등장했다. 난 사실 자그마한 초콜릿 트러플이나 마카롱 같은 것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이런 것인 줄 알았으면 나도 이걸 시켰을 것이다.
엄마가 고른 모듬과일! 과일타르트! 나폴레옹!
모듬과일의 양도 많고 타르트엔 베리들과 키위가 넘치게 올라가 있었으며 겹겹이 쌓인 바삭한 페스트리와 커스터드 크림이 특징인 나폴레옹(밀퓌유)은 고급진 맛이었다. 여긴 이게 정답인듯.
마지막 쁘띠뿌르는 라즈베리마카롱, cassis 젤리, 마들렌, 그리고 진주초콜렛이다. 딱 생긴 것에서 예상되는 맛이 난다.
커피도 포함! 마시쪙! 차가운 라떼로 시킬걸!

이렇게 긴 점심식사가 끝났다. 이렇게 먹었으니 라뒤레가 먹고 싶을 리가 있나. 만족스러운 점심식사였다. 여길 언제 다시 와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메뉴가 자주 바뀌는 편이라는데 먹어보니 저녁도 궁금하다. 5코스를 시켜도 두 메인의 양을 조절해주지 않아서 양이 많은 사람만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여행 컨셉에 어울리는 좋은 점심이었다.

홍콩여행 1일차 - 뜻밖의 선택장애

짧지만 촘촘했던 홍콩 관광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인터콘티넨탈 스테이크 하우스에 왔다. 이 곳은 간만의 가족여행인 만큼 스테이크를 썰자는 아빠의 의견을 수렴하여 다수의 사람들이 홍콩에서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 하우스라고 추천하였기에 선택하게 되었다. 예약하면서 알게되었는데 여기도 미슐랭 원스타더라. 여행 계획 단계부터 예약을 해두었기에 좋은 창가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드디어 가본다!
우리 자리 창 밖 뷰
인터콘티넨탈의 사이드에 위치한 태생적 한계 때문에 홍콩의 야경이 정면으로 보이는 그런 자리는 없다. 그러니 IFC가 보이는 이정도 자리면 충분히 좋다고 할 수 있다. 안개가 짙은 날이어서 맨눈으로 봐도 야경이 완전 아름답진 않았다.
웰컴 디쉬로 나온 야채스틱과 소스, 그 옆엔 버터다. 야채스틱엔 관심이 없어서 맛을 보진 않았다.
먹물바게트와 플레인바게트, 그리고 칩이 식전빵으로 나왔다. 버터 발라서 먹다보니 뭔가 허전해서 올리브오일과 발사믹소스를 달라그랬는데 따로 걔네를 부을 접시를 안주더라. 그냥 자신의 빵접시에 부어서 먹는 것인가보다.
처음에 액정화면인줄
이곳도 어쨌든 야경이 있는 곳이다보니 창가쪽 자리들은 조명이 매우 어두운 편이다. 그래서인지 메뉴판을 펼치면 흰 종이 뒤로 불빛이 비추게 만들어 두었다. 처음 펼쳤을 땐 메뉴판 한 개에 타블렛 두 개씩이면 돈이 얼마지 싶었는데 그냥 종이다.
선택 하기 힘든 것은 여기부터 시작인데 일단 고기 종류(부위 말고 원산지, 등급의 차이)만 5가지다. 메뉴판 오른쪽 아래 3단으로 촘촘히 써있는 것들이 사이드메뉴다. 사이드가 저렇게 많은 스테이크집은 처음봤다. 보통 6가지 ~ 12가지 정도에서 끝나는데.
고기를 먹으니 와인을 안시킬 수 없어서 시켰는데 원산지 온라인 매매가의 4배 가격이었다. 그래도 소매가 49.99달러면 좋은 편인 와인이고 실패하기 힘든 cab을 골라서 잘 마셨다.
주문을 완료하면 우선 고기 및 기타 요리에 뿌려 먹을 수 있는 8가지 소금을 가져다준다. 저기 세번째로 있는 히말라야 핑크는 꽤나 유명한가보다. 말도 안되는 허세를 부릴 수 있게 레스토랑이 도와주는 느낌이다. 참고로 다 짠맛임.
소금은 테이블에 깔아두면 되고 다음은 칼을 고를 차례다. 맨 왼쪽에 메스같은 칼부터 맨 오른쪽에 아웃백에서 빵 자르던 칼같은 칼까지 10가지나 된다. 종업원이 설명해드릴지 물어봐서 어디 한 번 이걸 어떻게 설명하나 보자하고 들어봤는데 특별한건 없고 원산지와 매우 간단한 특징 정도를 설명해준다.
Designed by Porsche
나는 엔지니어링의 나라 독일제로 주세요를 외쳤고 이 칼을 주었다. 손이 칼날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저 동그라미 주변에 포르쉐가 각인되어있다.
엄마와 아빠가 색깔 보고 고른 칼. 끝이 저렇게 약간 휘어있는 애들은 프랑스제라고 한다.
동생이 고른 이탈리아제 칼. 뭔가 흉기같다.
BLUE MARLIN & AI TUNA TARTARE WITH AVOCADO & APPLE
에피타이저로 주문한 튜나타르타르인데 빵이나 뜯으며 배고픔을 달래던 우리는 사진 찍을 새도 없이 절반을 먹어버렸다. 4인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 나와서 신기했다. 식전빵에 있는 칩이랑 먹으면 맛있다. 동그랗게 구슬처럼 깎여 나온 것이 사과다.
토마토와 마늘 구이
다 먹으면 개인용 뜨거운 접시가 준비되고
뉴욕 스트립 & 포터하우스
랍스터 & 농어
스테이크는 역시 뉴욕스트립이지 하면서 시킨 것과 양을 보고 시킨 포터하우스(흔히 아는 티본), 고기는 충분할 것 같아 시킨 농어구이와 (상대적으로) 매우 싸서 시킨 랍스터테일이다. 양이 엄청 많았다. 포터하우스의 뼈 근처까지 싹싹 발라먹지 못하고 결국 조금 남겼다.
고기가 두부잘리듯이 썰렸고 고소하고 맛있었다. 좋은 고기맛 뻔하지뭐. 이런 두꺼운 미국느낌의 투박한 스테이크도 맛있지만 란콰이펑에 이탈리안 스테이크하우스 bistecca의 와규 스테이크가 더 맛있었던 것 같다. 물론 고기의 질 차이도 있겠지만 절반정도인 두께가 가져오는 맛의 차이가 더 클 것 같다.
고기를 어떻게 썰어서 나눌까 고민하고 있으면 뒤에서 종업원이 슬그머니 나타나 12가지 머스터드와 3가지 또 다른 소스를 보여주며 뭐먹을지 물어본다. 이걸 설명 듣고 있으면 고기가 다 식을 것 같아서 늘 즐겨먹는 씨겨자 주세요 하고 고기를 썰었다.
홀 중앙에 샐러드바도 있다. 샐러드바를 추가하면 1인당 3만5천원 정도가 들어서 가볍게 패스했다. 나가면서 둘러보니 내용은 잘 갖춰져있긴 했다. 사이드나 에피타이저 전혀 없이 고기+샐러드바만 시켜도 괜찮았을 뻔.
7시쯤부터 먹었으니 배가 꽤 부를 때 쯤 8시가 되어 심포니오브라이트를 시작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딱히 별거 없다. 그래도 너무 큰 기대 없이 한 번쯤 볼만한 정도.
인터콘티넨탈 로비라운지
다 먹고 나왔다. 호텔 구경만 간단히 하고 avenue of stars로 내려갔다.
호텔 내부 계단에서 보이는 avenue of stars
시상식 트로피 느낌의 여인
무언가가 소환되는 느낌의 서치라이트
avenue of stars의 명물 버터징어
그 길 끝에서 육교를 건너면 펼쳐지는 풍경
avenue of stars에 처음 갔을 땐 몰랐는데 아빠와 함께 가니 한자를 읽을 줄 아셔서 익숙한 배우들의 이름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홍금보라든지 결혼한다는 장쯔이라든지. 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핸드프린팅은 나도 알 수 있을 정도의 배우들이었다. 이 길을 굳이 끝까지 걸어간 이유는 바로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였다.

대만에서 건너온 망고디저트집 망고차차는 서울에도 있다고 한다. 우리 망고빙수 먹으러 간다니까 엄마가 호미빙이야길 하던데 대만식이다보니 아마 근본이 같을 것이다.
망고빙수
망고 수플레
나는 망고와플, 망고크림퍼프, 망고아이스크림까지 망고 풀세트를 시키고 싶었는데 다들 배가 부르다하여 배 안차는 빙수와 빵류 디저트 셋 중에 고른 수플레를 먹었다. 역시 동남아 하면 열대과일, 열대과일 하면 망고지.

이렇게 첫 날이 끝났다. 1시쯤 팀호완에서 점심을 먹기 시작했으니 약 10시간동안의 여정이었는데 홍콩을 거의 다 둘러보았다. 필수 코스인 에스컬레이터~소호를 보았고 야시장도 갔으며 홍콩 3대거품(허유산, 타이청베이커리, 심포니오브라이트)도 모두 체험했다. 역시 가족 여행의 핵심은 음식이고 좋은 음식은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