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선배 중 한국에서 놀러오는 길에 밥 한 번 먹자고 하며 Lung King Heen 예약을 부탁했다. 참고로 렁킹힌은 포시즌스에 있는 중식당인데 중식당 중에서 세계 최초로 미쉐린 3스타를 받았다고 한다. 그게 목요일쯤이었던 것 같은데 일요일 점심을 예약하려 전화하니 매우 친절하게 주말 점심은 내년 2월까지! 평일 점심은 11월까지! 예약이 모두 완료되어 죄송하다고 설명해주었다. 진짜 좀 너무한거 같은데 그만큼 맛있으니까 그런 것이겠지. 호텔에 입점된 곳이니 늘 투숙객을 위해 자리 어느정도는 빼놓을 것이고. 어쨌든 그래서 리츠칼튼에 있는 Tin Lung Heen을 예약했고 여긴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틴렁힌은 무려 102층에 있는데 세상에서 제일 높은 중식당이라 그랬던 것 같다. 어쨌든 이 집도 미쉐린 2스타라고 하니 맛있을 것이라 믿으며 출근하는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비싸고 맛있는 음식 얻어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호텔로 들어가는 에스컬레이터 천장 장식 |
103층에 위치한 호텔 로비 |
로비 옆면 아래로 식당과 밖이 보인다. |
계속 식당 |
식당의 양쪽 벽면이 거대한 와인셀러/술창고이다. |
프라이빗 다이닝홀 내려가는 길 - 역시 사진연습 |
틴렁힌 입구 |
에스컬레이터를 공유하는 Tosca |
토스카와 틴렁힌 사잇길 |
가는 길 벽면 와인셀러 |
거대 술창고 |
창가에서 두번째 줄 |
셋팅 |
접사 실험 |
반대쪽 벽에도 술창고 |
고추기름장과 허니글레이즈드 월넛 |
엘리베이터 옆 벽면 장식
나는 지하 몰에서 호텔로 들어갔는데 로비는 103층이고 이 곳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식당층이다. 카메라랑 친숙해지기 위해 이런저런 사진들을 찍고 보정해서 올려보는 중이다보니 사진들이 많아졌다.
로비가 102층 위에 떠있는 듯한 느낌으로 있어서 로비 한 쪽 끝으로 가면 식당이 보인다. 저 술창고에 수정방, 마오타이 등 비싸고 맛있는 유명 중국술들이 보였다. 뷰 방향은 회사에서도 늘 보이는 바다방향이라 새로울건 없었다. 그냥 탁 트여 있어서 좋을 뿐.
역시 사진 초보다 보니 빛이 지 맘대로다. 토스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고 미쉐린 1스타를 받았다고 한다. 토스카는 홍콩 섬쪽 뷰가 있기 때문에 밤에 오면 야경이 정말 끝내줄 것 같다. 하지만 결국 회사에서도 보이는 장면인게 함정.
왜 젓가락이 두 가지 색으로 제공되는지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설명해주지 않았다. 딤섬 몇 개와 런치세트, 와인페어링을 주문했다.
첫 술은 스파클링와인 NV Taittinger, Brut Reserve. 뭔지도 모르고 기록만 남긴다. 그냥 샴페인이다. 사실 샴페인은 샴페인 지방의 스파클링 와인을 뜻한다고 먼나라이웃나라에서 배웠었는데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저 호두는 정말 달고 맛있어서 다 먹었다. 더 달라고 하려다가 참았다. 저 소스는 별로 안매웠다.
점심 코스에 앞서 딤섬이 나오더군. 첫 딤섬은 Steamed Rice Roll with Barbecued Iberian Pork. 이런 딤섬을 창펀이라고 했던거 같다. 너무 배고팠기 때문에 허겁지겁 먹었다. 여기에 간장소스를 뿌려주는데 안짜고 맛있다. 좋은 돼지고기에 야채에 라이스 롤인데 맛이 없을리가.
두 번째 딤섬은 Baked Barbecued Pork BUns with Almond Flakes 인 것 같다. (메뉴판 보고 뭘까 맞추는 중) 위에 소보로같은 것이 덮혀있는 집 앞 팀호완에서도 정말 자주 먹는 메뉴다. 안에 바베큐소스와 함께 고기가 들어있는 정말 유명한 딤섬 중 하나.
이 친구는 내가 골라서 이름을 기억한다. Steamed Golden Shrimp Dumplings with Bamboo Shoots and Asparagus. 금가루 뿌려진 새우 딤섬이다. 죽순이랑 아스파라거스 덕분에 아삭아삭한 식감이 있어서 특별했다. 난 음식에 금가루 뿌리는 것을 개인적으로 싫어하는데 도대체 중금속을 왜 직접 섭취해야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대충 떼고 먹음. 원래는 하가우라는 딤섬일 것이다.
Barbecued iberian pork with honey
Steamed sea cucumber dumpling with shrimp roe
저 바다오이가 우리나라 말로 뭘까요? 저거 몰라서 핸드폰으로 찾아봤다. 딤섬 위에 뿌려진게 새우 알인데 내 기억엔 먹어본 적이 없었다. 약간 짭짤하고 특이한 맛이었다. 그 옆에 꿀돼지는 정말 부드러웠다. 중국요리 중 돼지 하면 탕수육 아니면 동파육을 생각했었는데 소스가 잘 입혀진 바베큐는 딱히 중국요리라서가 아니라 어디서 만들어도 맛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간에 렌즈에 김 서린 사진이 있는데 뜨거운 음식에 너무 가까이 카메라 들이밀면 저렇게 된다. 이게 첫 번째 코스.
Double-boiled shiitake mushroom soup with winter melon and conpoy
표고버섯이랑 Conpoy라는 말린 조개관자가 메인인 그냥 국이다. 야채, 버섯, 조개를 다 건져먹고 국물은 조금 마시다 남겼다. 나의 짧은 식견으로는 왜 이게 두 번째 코스이고 저 돼지고기와 만두가 첫 번째 코스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별한건 아니니 사진도 작게.
Wok-fried Scallops with salted egg yolk
Fried seasonal green vegetable
조개관자튀김이 오늘 먹은 것들 중에 가장 맛있었다. 술안주로 딱이기도 했고 씹을 때 바스러지던 튀김옷과 함께 스캘럽이 입에서 녹았다. 설명을 보아하니 계란 노른자를 입혀서 튀긴 것 같다. 야채는 그냥 야채. 술은 2010 Pinot Grigio Sot Lis Rivis Isonzo Rive Alte, Ronco del Gelso. 이게 뭐여 그냥 화이트와인 주제에 이름이 기네.
중간에 양이 부족할거라는 예상을 하며 같이 간 형이 딤섬 두 개와 밥을 하나 시켰다. 메뉴판을 찾아서 이름을 맞춰보자면 우선 가장 위엔 Baked Abalone Puffs with Roasted Goose. 일종의 전복 타르트라고 설명하면 될 것 같다. 통전복과 아래의 커스터드 빵, 그리고 그 사이에 거위 고기가 조금 들어가있다. 통전복! 맛이 없을리가 없다.
그 아래 전복-해삼-찰밥은 Steamed Glutinous Rice with Abalone, Superior Sea Cucumber and Preserved Meat 이 확실하다. 찰밥은 정말 찐득찐득한데 양이 많지 않고 소스가 맛있어서 금방 먹었다. 통해삼이 상 위에 오른건 처음 봤는데 반으로 자르려고 내 접시로 옮기는 중 이 친구가 뒤집기를 시전해서 해삼은 위와 아래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마지막 딤섬은 시우마이이다. 어우 금가루 뿌린거 봐. 시우마이는 돼지고기와 새우로 만든 매우 유명한 종류의 딤섬이고 딘타이펑에도 있는 메뉴이다. 여기서의 이름은 Steamed Pork and Lobster Dumpling with Golden Leaf. 새우 대신 랍스타를 사용했다. 그래서 한 입에 넣기엔 무리가 있고 두 번에 나눠먹어야 했다. 둘로 나눌 때 랍스타님이 한 쪽으로 편향된 행보를 보이지 않도록 조심스레 잘라 먹었다.
여기서 이미 배가 충분히 불렀다.
Simmered duck fillet in abalone sauce
Fried rice with diced abalone and shrimp wrapped in lotus leaf
엄마가 어디서 활전복을 공수 받은 그 날을 제외하곤 하루에 이렇게 많은 전복을 섭취하긴 처음이다. 이 동네 요리 중 매우 유명한 연잎밥의 이 곳 버전은 전복이랑 새우가 들어가서 고급스러웠다. 전복이랑 새우를 다 찾아 먹느라 배가 부름에도 저 밥을 거의 다 먹었다.
오리고기는 메뉴판을 확인하기 전까진 그냥 소고기인줄 알았다. 버섯이랑 함께 있고 전복 소스를 쓰다보니 오리 특유의 향이 전혀 나질 않았다. 고기와 함께 와인을 마시고 밥으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와인은 2012 Opawa, Marlborough, New Zealand. 역시 그냥 부드럽고 향긋한 레드와인. 오늘 제공된 세 잔의 와인은 기록만 해두고 찾아보진 않았다. 마실 때 좀 더 신경써서 마시고 그 느낌을 기록해두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직 그럴 능력이 안된다.
Chilled milk pudding with osmanthus and peach resin
Baked egg custard tart with caramel
에그타르트는 디저트답게 달고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순식간에 해치웠다. 그 옆의 푸딩은 맛만 봤다. 난 저런 망고푸딩, 밀크푸딩, 코코넛푸딩 등의 중국식 디저트가 별로 맛이 없다. 그리고 마지막에 제공된 쁘띠뿌르 느낌의 쿠키와 젤리. 쿠키는 잘 먹었고 젤리는 맛만 봤는데 별로였다. 내심 커피도 같이 제공되길 기대했는데 안줬다.
디카를 사자마자 음식 사진에 마음 껏 실험해볼 기회가 생겨서 정말 좋았다. 한 장씩 넘겨가며 조금씩 보정하는 것도 꽤나 재밌다.
앞으로 언제 다시 누릴 수 있을지 모를 호사를 누려서 즐거운 주말이었다. 이제 크리스마스까지 휴일이 없는데 카메라랑 빨리 친해져서 나도 홍콩 여행 좀 다녀보고 싶다.
양에 넘치게 많이 시킨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맨 뒤에 먹은 밥이 밥이라는 음식의 특성상 내 diminishing marginal utility의 영향을 받아도 딱히 아쉬울게 없기 때문에 그에 앞서 다양한 딤섬을 먹은 것에 매우 만족한다. 이렇게 정성스레 만든 딤섬이 미쉐린 2스타면 렁킹힌은 얼마나 맛있는 곳일지 궁금해졌다. 어떤 블로거님은 그래도 렁킹힌 보다 Sun Tung Lok이 더 맛있다고 하던데 거긴 또 어떤 곳일지 궁금해졌다.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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