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4.

[퍼온 글] 당연한 것을 계속 당연하게 하는 힘

원글: 서인석 (설곽 13기)

수학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표현중 하나가 "당연하다" 이다. (그런데 우리학과 모교수님이 쓴 선대책에는 이상하게 저 표현이 자주 들어가는게 이상하다. -_-;; ) 아무튼, 앞으로 수학과목 듣는분은 시험지에 "당연하다" 란 표현은 가급적 쓰지 말자. "당연하다" 대신 수학에서는 "자명하다" 라는 표현을 즐겨쓴다. 자명하다는 것은 곧 너무 사소해서 증명할 필요 없다는 뜻인 반면 당연하다는 것은 뭔가 논리적 갭이 느껴지는 것일까?

세상에는 당연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얼마전까지 삼성화재가 프로배구 우승을 하는 것은 당연했었다. 임요환이 장진남을 이기는 것도 당연하고 맨날 전교1등만 하던 모범생이 수능도 잘봐서 서울의대에 가는것도 당연하다.

이런 것들은 밖에서 보기엔 당연할지 모르나 당사자들 에게는 분명 당연하지 않을 것이다. 삼성화재가 우승하는게 당연하다고 해서 삼성선수들은 맨날 당연히 자기네가 우승할 거란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을까? 임요환은 장진남 상대로 겜할때는 연습도 안하고 와서 대충 했을까? 모범생은 서울의대 갈것을 당연히 여기고 수능준비를 발로 했을까?

이런 당연한 것들은 당사자들의 끊임없는 피나는 노력이 그 뒤에 있어 당연해 지는것이다. 오늘도 시험결과에서 1등을 한 학생을 보며 또 당연히 1등했구나 라고 생각하며 받아넘기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왜 1등을 했는지 종종 잊게 된다. 반면 1등을 해도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 학생은 "당연해야 되는 1등" 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부담감에 더욱 피나는 노력을 해야한다. 아무도 삼성화재의 우승을 축하해 주기는 커녕 쟤네 떄문에 배구판이 안커진다고 우려를 해도 삼성화재는 우승을 위해 뼈를 깎는 연습을 해야 했다.

삼성화재가 결승전에서 진날, 당연한 것이 더이상 당연해 지지 않게 되는 그날이 찾아온 것이다. 그 배경에는 현대선수들의 와신상담하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당연한 것은 이처럼 지키기 힘든 것이며 계속 도전을 받고 지켜내는 자리이다. 그러나 그것을 두 걸음 밖에서 보면 한낱 "당연한 것"에 불과하며 그의 고뇌와 노력은 잊게 된다.

오늘도 주변에서 보는 시험마다 상위권을 유지하며 학점을 4.2를 넘나드는 사람의 시험1등, 볼때마다 이기는 프로게이머의 승리, 맨날 잘한다는 얘기만 들어오던 엄마친구 아들의 성공을 당연하다고 넘기는 것은 아닌가.

임요환이 최가람에게 져서 8강에 탈락했을 때, 모든 사람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임요환이 최가람에게 이기는 것은 소위 "당연한 것" 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오기만 하면 완벽하게 틀어막아 줄 때는 아무도 별 관심을 안가지던 오승환이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자 수많은 신문에 대문짝 만하게 기사가 난 것은 왜였을까?

오늘도 수많은 "아직 당연함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 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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