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3.

이제 다시 시작이다.


처음 블로그를 열고 글을 쓴지 두 달이 조금 넘었다. 핑계를 대자면 그 동안 너무 바빴다고 하겠지만 당연히 개소리고 결국은 잊고 있었다. 시작해야지 하면서 블로그를 시작하기 까지 걸린 시간만큼 첫 글과 두 번째 글 사이가 길다.

그 두 달을 정리해보고 넘어가야겠다. 결국은 군생활 정리가 되겠지. 첫 글을 쓴 뒤에는 긴 휴가가 있었다. 휴가라지만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하루하루 끝나가는구나 라는 생각으로 매일 걱정과 시간낭비만 했던 것 같다. 클리어링 기간도 흘려 보냈고 군생활을 잘 마무리하는 데에 집중했었다. 마지막 날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지만 결국은 끝났다. 나를 잡고 있던 제일 무거운 족쇄를 떨쳐냈다. 결국 그뿐이다. 끝났으니까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얻어가는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개소리다. 나의 2년은 버려졌고 나는 최대한 열심히 분리수거를 해서 얻어갈 수 있는 최대한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카투사였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상대적으로 많았다. 나는 그 시간의 90% 이상을 가족과 여자친구에게 할애했다. 부대에서 공부하고 책 읽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나름의 스트레스와 훈련 등으로 인해 자유시간 활용이 잘 되지 않았다. 방을 혼자 쓴 것과 노트북을 가져간 것도 큰 이유였다. 당직, 훈련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무조건 서울로 올라갔고 가족과 여자친구를 만났다.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군대를 다니면서 가족 생각을 정말 많이 했는데 부모님께 보답하는 방법이 많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나마 엄마가 해주는 밥을 최대한 먹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대학교가 모두 기숙학교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엄마밥을 많이 못 먹은 것이 훈련소 때부터 머리에 맴돌았었다. 제대 이후에도 매일 아침 아빠가 출근하기 전에 같이 밥을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사실 많은데 매일 아침 먹으면 되지 뭐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산 것 같다. 여자친구도 매일 만났다. 주말은 너무 짧았다. 2년간 우린 서로 많이 성장했다. 2년 전 이 즈음 했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미래를 그려나가는 중인데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갈수록 세상이 쉽지만은 않다. 떨어져 지낸 기간이 긴 만큼 매주 볼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좋았다. 그래 사실 이 것 하나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군생활이었다.

제대 이후 출국까지 18일은 평온했다. 매일 아침을 먹고 공부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데이트를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인사를 드리고 공부할 준비를 했다. 그렇게 시간이 빠르진 않았다. 그냥 무난한 시간이 흐르고 왜 그 긴 기간 이 블로그를 방치했는지는 모르겠다. 쓰고 싶은 것이 생각나서 써야지 하다가 까먹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이제 돌아왔으니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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