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8.

Nylon Coffee Roaster

여행지에서의 하루는 언제나 좋은 커피로 열어주어야 한다. 계획되지 않은 곳에서 뜻밖의 선물같은 아침을 맞이하는 것도 좋겠지만 수많은 카페들을 검색해보고 후기를 찾아보고 동선에 포함시키는 과정부터 여행은 이미 시작한 것이나 다름이 없기에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절대 흘려보내지 않는다.

여행 첫 날 아침엔 호텔 근처의 카페를 찾아놨는데 구글에 적혀있는 오픈 시간이 주말엔 달라서 헛걸음을 했다. 어쩔 수 없이 동선을 수정하고 다른 카페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있는 싱가포르의 한 아파트 단지에 깃발처럼 걸린 빨래들.
홍콩보다 덜 습한 도시라 그런지 빨래를 밖에 걸어둬도 잘 마르나보다. 굉장히 작고 주변 다른 빌딩들에 비해 허름해 보이는 아파트였지만 귀여운 색을 칠해 놓으니 아기자기해 보였다.


덥고 비 많이 오는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붕이 있는 길.
이 곳도 홍콩처럼 어떻게든 밖에 안나가려고 건물과 건물을 다리나 지하로 이어 놓았다.


이 아파트 단지 한 쪽 귀퉁이에 창고 같은 느낌의 공간에 오늘의 커피집이 있다.
Nylon Coffee Roasters
http://www.ladyironchef.com/2012/06/nylon-coffee-roasters-everton-park/
간판도 없고 심지어 가게 이름조차 제대로 써놓지 않았지만 가까이 갈 수록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갈길 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네, 이 브랜드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쓰는 오래된 가게면 믿으셔도 됩니다.
잘은 모르지만 저렇게 원목 디자인이 들어가면 2천만원 이상이라 보면 된다. 위에 링크한 블로그에서 쓰던 머신에서 이렇게 발전한걸 보면 장사가 엄청 잘되는 것이 분명하다.


특이한 메뉴판.
화이트에서 3oz가 피콜로, 5oz가 플랫화이트, 7oz가 카페라떼라고 생각하면 된다. 메뉴에 없어도 바리스타에게 직접 주문하면 웬만한건 다 만들어준다.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주문한다거나 롱블랙에 물을 더 많이 넣어서 아메리카노 처럼 해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내부에는 작은 테이블 두 개와 의자가 양 코너에 있고 가운데를 이 길고 높은 테이블이 차지하고 있다. 손님의 반 이상이 서양 사람이었고 대부분 이 테이블에 서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 이외의 메뉴는 아예 없기에 가능한 인테리어다. 마치 해피아워에 테라스 테이블에서 맥주 한 잔씩 들이키고 퇴근하는 모습 같았다.


건물 안 쪽으로는 굉장히 복잡해 보이는 로스팅 시스템이 있었다. 로스팅 직접 한다고 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맛있는 카페는 대부분 로스팅을 직접 하는 것 같다.


화이트 3oz. 커 보이지만 에스프레소 잔 크기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 작은 잔 안에 에스프레소가 1/3 정도 차 있는 상태에서 저런 라떼아트를 그려 낸 것이었다. 우유 1초 따르면 꽉 찰 것 같은데 신기하다.


그리고 커피 핸드드립 할 때 전자저울 쓰는 집도 뭔가 믿을 수 있다. 물이 150ml 인 것과 155ml 인 것의 차이를 느끼진 못하겠지만 바리스타가 한 잔의 커피에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느끼는 것만으로도 내겐 의미가 있다. craft coffee가 craft beer에 비해 가지는 큰 단점 중 하나가 바로 카페인이다. 맥주는 두 세 잔까지는 별 부담없이 마실 수 있지만 커피는 카페인을 자제하기 위해서라도 많이 먹기 힘들다. 핸드드립은 다음에 방문하게 되면 마셔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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