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23.

Flower Dome & Cloud Forest

싱가포르에서 마지막 일정은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있는 플라워돔과 클라우드 포레스트였다. 사실 2일차에 갔어야 했는데 도저히 시간이 없었다. 티켓을 이미 돈 주고 산 상태에서 꽤 규모가 된다는 두 식물원을 2~30분에 가볍게 훑고 지나가긴 아까웠다. 마지막 날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센토사를 다녀와서 힘든 몸을 이끌고 두 거대한 식물원으로 향했다. 마리나베이샌즈에서 걸어서 10분 안쪽으로 걸린다. 입구 배치를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플라워돔부터 들어갔다.


마리나베이에서 넘어가는 구름다리에서 멀리 보이는 플라워돔과 클라우드 포레스트
슈퍼트리 군락도 함께 보인다. 저렇게 거대한 온실을 냉방하는 패기가 무섭다.


정말 거대한 식물원이다.
큰 연회장 같은 공간도 있고 아무나 가서 먹을 수 있는 식당도 하나 있다. 싱가폴에서 가장 상쾌한 공간이었는데 에어컨에 온갖 식물이 함께해서 그런 것 같다.


나무도 많고 꽃도 많다.


흰 꽃


보라색 꽃




예쁜 꽃들이 정말 많다


새머리 같은 꽃


구절초?!


분홍빛 꽃


흰 꽃


꽃봉오리야 피어라





피었다

꽃들 말고도 수많은 조각상들, 미술 작품들과 휴식공간들이 있다.


신기한 코끼리 작품


곰돌이푸와 피글렛


브루노 카탈라노의 작품!


반가운 야자나무

플라워돔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기념품샵으로 이어진다. 슈퍼트리 미니어처가 있으면 사려 했는데 뭔가 조악한 것들 뿐이라 자연스럽게 스킵했다. 기념품샵 출구 근처에 클라우드 포레스트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클라우드 포레스트에 들어가면 반겨주는 거대한 인공폭포
입장하자마자 차가운 공기와 흩날리는 물방울들이 반겨준다. 인공임에도 그 크기에 압도당한다. 가까이 가서 찍고 싶었는데 카메라에 물들어갈 것 같아서 자제했다.


여기도 스카이워크처럼 이 거대한 생태계를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이 건물 6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투어가 시작된다. 생태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천천히 걸으며 산림욕 하기 좋은 곳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뜬금없는 바람의 정령 같은 할아버지


레고로 구현된 식충식물들


야생의 우츠동


야생의 라플레시아

클라우드 포레스트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생태계라서 물이 그 안에서 끊임없이 도는 시스템이다. 물론 구름과 비는 구현할 수 없으니 내부의 물을 퍼올려 주기적으로 뿌려준다고 한다.

두 곳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입장권을 차이나타운에서 18싱달(약 15000원)에 샀다. 여긴 한 번 티켓을 사면 하루 종일 재입장이 가능한 곳들이라서 시간과 동선의 여유가 된다면 주간에 한 번, 야간에 한 번 와보면 좋을 것 같다. 보통은 아침나절에 산책 겸 해서 들르고 일정을 소화하다가 저녁에 슈퍼트리쇼를 본 뒤 한 번 더 오는 것 같았다.

싱가포르를 여행하면서 이 나라는 언젠가 꼭 또 와야겠구나 생각했는데 여긴 다녀본 곳들 중에서 가장 재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다.

2016. 10. 20.

Burnt Ends

첫 날 점심은 Burnt Ends를 예약했다. 한 유명 블로거가 극찬한 곳이기도 하고 Asia 50 Best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린 식당이다. 모든 메뉴가 바베큐 요리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예약이 힘들었는데 원래 워크인 손님들을 위해 탄력적으로 예약을 받는 곳이라 카운터 자리에 앉아 먹을 수 있었다.

싱가포르의 핫하다는 탄종파가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차이나 타운에서도 가깝고 아침에 간 나일론 커피에서도 가깝다. 주변에 이국적인 건물들이 상당히 많았다.


피너클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아파트와 그 앞에 있던 귀여운 건물
홍콩은 좁아서 저렇게 여유 부리는 대형 건물이 잘 없는데 싱가포르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이런 벽화가 그려진 건물도 있었다.


유럽 느낌 물씬 나는 거리의 건물들


힌두교 사원
건물을 보러 온 관광객들과 예배를 드리러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번트엔즈 정문
영업시간이 창문에 적혀있다. 


카운터 맨 끝자리를 받았다. 사진에 작게 보이는 턱수염난 빡빡이가 이 곳의 셰프님이다.
위스키 바 수준의 오픈키친이라서 요리하는 세세한 모습까지 다 볼 수 있다.


한쪽 벽에는 이렇게 워크인 손님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인테리어는 정말 끝내준다.


온갖 술들을 보관하고 있는 찬장
술을 담근 캐스크도 잔뜩 있었다.


칵테일 제조에 쓰이는 각종 시트러스


바베큐엔 맥주!
Eviltwin Brewing의 Citra Sunshine Slacker라는 IPA였다.
캔이라 살짝 당황했는데 블루문이 생각나기도 하고 IPA 특유의 향도 나면서도 진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 맥주잔은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앙증맞았다.


여기 오면 누구나 주문한다는 메추리알과 캐비어
메추리알은 반숙으로 훈제되어 있었다. 간을 캐비어로 맞춘 고오급 삶은 메추리알이라 생각하면 된다.


역시 누구나 시키는 비프 마멀레이드
빵, 소스, 고기, 피클이 굉장히 조화로웠고 달달해서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대파구이와 화이트트러플
트러플 시즌엔 트러플을 갈아 넣으며 가격이 급상승하는 메뉴다. 화이트 트러플이랑 대파랑 아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못받았다. 대신 헤이즐넛이랑 트러플이 매우 잘 어울렸다.


파맛첵스 실제로 나왔으면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돼지고기 바베큐와 코올슬로가 들어간 이 집의 버거요리
양이 꽤 많아서 다 못먹었다. 다음에 나올 고기를 먹어야 했기에...
바베큐 하면 역시 버거다. 딱 예상 가능한 맛이었다.


고기
엄청 많아보이지만 250g 짜리였다.


고기만 가지고 특별해지긴 힘든만큼 막 엄청 특별하진 않았다.
물론 굉장히 맛있었다.


옆 테이블에서 시킨 마늘 줄기 


마지막으로 메뉴판

굉장히 즐거운 점심이었고 음식도 다 맛있었다. 마지막에 배가 좀 부르기도 했고 워낙 소고기만으로 특별해지기 힘들다보니 살짝 아쉬웠다. 마지막 고기메인을 과감히 안시키고 야채를 하나 더 시키고 해산물을 하나 먹어볼걸 그랬다. 맥주나 칵테일도 한 잔 더 시키고.

이정도면 다음에도 꼭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오면 분위기가 또 색다를 것 같아서 기대된다. 모든 메뉴를 바베큐하겠다는 발상에서부터 셰프의 개성이 뚜렷한 곳이니 오래도록 번창할 것 같다.

2016. 10. 18.

Nylon Coffee Roaster

여행지에서의 하루는 언제나 좋은 커피로 열어주어야 한다. 계획되지 않은 곳에서 뜻밖의 선물같은 아침을 맞이하는 것도 좋겠지만 수많은 카페들을 검색해보고 후기를 찾아보고 동선에 포함시키는 과정부터 여행은 이미 시작한 것이나 다름이 없기에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절대 흘려보내지 않는다.

여행 첫 날 아침엔 호텔 근처의 카페를 찾아놨는데 구글에 적혀있는 오픈 시간이 주말엔 달라서 헛걸음을 했다. 어쩔 수 없이 동선을 수정하고 다른 카페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있는 싱가포르의 한 아파트 단지에 깃발처럼 걸린 빨래들.
홍콩보다 덜 습한 도시라 그런지 빨래를 밖에 걸어둬도 잘 마르나보다. 굉장히 작고 주변 다른 빌딩들에 비해 허름해 보이는 아파트였지만 귀여운 색을 칠해 놓으니 아기자기해 보였다.


덥고 비 많이 오는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붕이 있는 길.
이 곳도 홍콩처럼 어떻게든 밖에 안나가려고 건물과 건물을 다리나 지하로 이어 놓았다.


이 아파트 단지 한 쪽 귀퉁이에 창고 같은 느낌의 공간에 오늘의 커피집이 있다.
Nylon Coffee Roasters
http://www.ladyironchef.com/2012/06/nylon-coffee-roasters-everton-park/
간판도 없고 심지어 가게 이름조차 제대로 써놓지 않았지만 가까이 갈 수록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갈길 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네, 이 브랜드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쓰는 오래된 가게면 믿으셔도 됩니다.
잘은 모르지만 저렇게 원목 디자인이 들어가면 2천만원 이상이라 보면 된다. 위에 링크한 블로그에서 쓰던 머신에서 이렇게 발전한걸 보면 장사가 엄청 잘되는 것이 분명하다.


특이한 메뉴판.
화이트에서 3oz가 피콜로, 5oz가 플랫화이트, 7oz가 카페라떼라고 생각하면 된다. 메뉴에 없어도 바리스타에게 직접 주문하면 웬만한건 다 만들어준다.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주문한다거나 롱블랙에 물을 더 많이 넣어서 아메리카노 처럼 해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내부에는 작은 테이블 두 개와 의자가 양 코너에 있고 가운데를 이 길고 높은 테이블이 차지하고 있다. 손님의 반 이상이 서양 사람이었고 대부분 이 테이블에 서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 이외의 메뉴는 아예 없기에 가능한 인테리어다. 마치 해피아워에 테라스 테이블에서 맥주 한 잔씩 들이키고 퇴근하는 모습 같았다.


건물 안 쪽으로는 굉장히 복잡해 보이는 로스팅 시스템이 있었다. 로스팅 직접 한다고 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맛있는 카페는 대부분 로스팅을 직접 하는 것 같다.


화이트 3oz. 커 보이지만 에스프레소 잔 크기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 작은 잔 안에 에스프레소가 1/3 정도 차 있는 상태에서 저런 라떼아트를 그려 낸 것이었다. 우유 1초 따르면 꽉 찰 것 같은데 신기하다.


그리고 커피 핸드드립 할 때 전자저울 쓰는 집도 뭔가 믿을 수 있다. 물이 150ml 인 것과 155ml 인 것의 차이를 느끼진 못하겠지만 바리스타가 한 잔의 커피에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느끼는 것만으로도 내겐 의미가 있다. craft coffee가 craft beer에 비해 가지는 큰 단점 중 하나가 바로 카페인이다. 맥주는 두 세 잔까지는 별 부담없이 마실 수 있지만 커피는 카페인을 자제하기 위해서라도 많이 먹기 힘들다. 핸드드립은 다음에 방문하게 되면 마셔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