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31.

아이유 팬미팅





아이유가 심천에서 팬미팅을 열어서 주말간에 잠시 다녀왔다. 홍콩 팬클럽 회장이랑 인맥이 닿아 2열 2번 자리를 운 좋게 구할 수 있었고 역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이유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중국답게 카메라 촬영에 대한 제재가 하나도 없었는데 내 카메라는 좋은 똑딱이에 불과해 조금 아쉬웠다. 노래마다 몇 장씩만 기념으로 남기려 했는데 워낙 가깝고 사진이 잘 나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후반으로 갈수록 연사를 잔뜩 날려댔다. 끝나고 확인해보니 역시 노이즈 때문에 건질만한 사진이 거의 없었다. dslr이 아쉬운 순간이었지만 사봤자 관리도 잘 안하고 무거워서 자주 쓰지도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기에 욕심이 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몇 장은 보정해 봤다. 찍으면서도 느꼈고 보정하면서도 느꼈는데 좋아하는 피사체를 찍고 인화하는 과정은 굉장히 행복하다. 이 행복감 때문에 찍덕들이 어디든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인가보다. 나만의 감성을 담은 사진으로 순간을 남긴다는 것이 참 좋았다.

레파토리는 지난번 광저우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3단 고음을 라이브로 질러줬다는 것 정도. 1년에 몇 번 듣기 힘든 3단 고음인데 운이 좋았다. 

11월 혹은 12월에 중국 혹은 홍콩에서 또 공연이 있을 것 같다는 떡밥을 던졌다. 나는 그때까진 이 곳에 있을 것 같으니 올해가 가기 전에 또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에 음반 발매를 하고 왔으면 한다. 신곡을 라이브로 듣는 것은 언제나 짜릿하니까.

2016. 8. 17.

톡톡 - tocnomy

톡톡은 명성에 비해 첫 방문이 별로였던 기억이 있다. 이 곳을 파스타 위주의 이탈리안 식당이라 생각하고 방문했고 굉장히 맛있는 파스타와 리조또를 먹었지만 가격이 비싸서 딱히 다시 와야할 이유를 못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굉장히 맛있는 코스요리를 시작했다기에 예약과 함께 방문했다.

파란 꽃과 붉은 접시가 대비되는 세팅.


아뮤즈로 나온 새우튀김과 뱅어포.
새우를 정말 잘 튀겨서 머리, 꼬리, 수염까지도 무리없이 바삭하게 먹을 수 있었다. 완전 맥주안주인데 술은 시키지 않았다. 뱅어포는 그냥 뱅어포.


이어서 식전빵과 버터가 준비되었다. 다시마가 들어간 버터여서 살짝 해산물향이 났다.
버터의 색을 잘 표현해야되는데 주변 환경만 제대로 나왔다. 역시 사진 찍는 것도 어렵고 보정하는 것도 어렵다...


다음 코스는 날생선.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생긴걸로 봐서는 방어였던 것 같다. 방어회가 세 점이나 나왔고 곁들여진 야채와 이꾸라의 조화도 마음에 들었다. 아주 상큼면서도 기름진 에피타이저였다.

여러가지 허브를 넣은 수박 가스파초. 굉장히 다양한 허브가 들어간 수박 냉스프였는데 그 향이 너무 압도적이라 내가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올리브오일과 올리브오일 파우더가 들어가서 끝까지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나름 고수도 잘 먹는 사람이지만 모히또나 민트초코류의 허브맛을 별로 안좋아하다보니 이 접시를 온전히 즐기긴 힘들었다. 그래도 첫 스푼은 매우 시원하고 복합적인 맛이 나서 좋았다. 어쩌면 중간에 허브를 같이 먹어버려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다 건져내고 먹었으면 좀 나았을지도...


다음 코스는 비프타르타르, 혹은 육회요리다. 캐비어에 계란노른자에 어란파우더까지 섞어서 먹으면 입안에서 몰아치는 맛의 축제에 온전히 마음을 뺐긴다. 굉장히 좋은 고기를 쓸텐데 맛이 없을리가 없지. 정말 마음에 드는 접시였다. 새벽집에 발길을 거의 끊은 이후로 육회를 먹을 일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참 반가웠다.

다음은 은어구이. 은어 뱃속에 뭔가를 넣었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살짝 밋밋했다. 이 뒤에 나오는 코스들에 가려 잘 기억도 안나는 접시다. 옆에 소스와 매쉬포테이토에도 딱히 포인트는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라 조금 아쉽다.


다음은 대구구이, 렌틸콩과 뵈르블랑 소스.
완벽하게 구워서 입안에서 금방 녹아 없어진다. 소스가 달달해서 정말 빠르게 먹어치운 기억이 난다. 신선한 생선을 살짝 덜 익혀서 부들부들하게 만드는 이 방식에 점점 중독되어가고 있다.


다음은 채끝구이. 짚 연기에 훈연시키는 모습을 테이블에서 보여준다. 아 그냥 빨리 줬으면 좋겠다 ㅋㅋㅋ

미리 보여준 채끝은 이렇게 맨 처음 테이블을 지키고 있던 접시에 담겨 등장한다. 감귤 퓨레를 곁들였고 가지구이가 고기 아래 깔려있다. 보정이 노답이라 두 사진이 일관성이 없는데 어쨌든 고기는 잘 익어있었고 쫄깃쫄깃했고 고기향이 강했다. 위로 올려보면 알겠지만 산미가 별로 강조되지 않은 코스였기에 감귤 퓨레의 신맛이 매우 반가웠다. 가지는 내가 좋아하게 된지 얼마 안된 야채다보니 만날 때마다 반갑다. 기름을 양껏 머금어서 고기만큼 맛있었다. 좋은 고기를 겉만 살짝 굽고 훈연했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아니 또 고기가 나왔다. 물론 치킨은 옳다. 같이 나오는 소스가 치킨무 맛이다. 이걸 먹을 때 쯤 살짝 배가 불렀는데 치킨은 역시 맛있었다.

마지막 디저트는 코코넛 아이스크림에 리치에스푸마, 파인애플, 패션푸르트가 들어간 열대과일 종합세트이다. 코코넛이 메인이긴 한데 다른 과일들이 개성이 강하다보니 코코넛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 날의 세 번째 커피. 끼니마다 커피로 마무리를 하면 평일에 커피를 줄이려는 노력이 무슨 소용인가.

내가 이탈리안을 잘은 모르지만 굳이 이탈리안이라고 분류할만한 코스는 아닌 것 같다. Tocnomy라는 레스토랑 이름을 딴 코스인 만큼 톡톡만의 독특한 요리를 선보이는 느낌이다. 코스 전체적으로 간이 살짝 약하거나 신맛이 부족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뭔가 떨어지는 것 같았고 코스의 통일성도 별로 안느껴졌다. 각 접시들이 우린 이런 재료로 이런 요리를 이렇게 맛있게 만들 수 있다며 뽐내는 인상이라 개별 요리는 정말 즐겁게 먹었는데 그래서 이 코스가 보여주고 싶은게 뭔가 싶은 의문점이 남았다. 톡톡은 이렇게 요리를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니 점점 더 완성도 있는 코스를 보여주지 않을까.

비판이라고 아쉬운 점들을 쓰긴 했지만 어쨌든 음식은 엄청나게 맛있게 먹었다. 와인을 잔뜩 쟁여와서 곁들여 먹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코스인 것 같다. 코스의 통일성이나 완성도가 나에게 엄청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까 메뉴가 많이 교체되면 꼭 또 와보고 싶다. 양이 충분한 것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쭉 올려보면 알겠지만 코스 전체적으로 동물성 단백질 비율이 매우 높다. 이게 88000원인데 이 정도 라인업이면 언제나 환영이다.

2016. 8. 8.

collecting

포켓몬고의 성공 근거 중 가장 강력한 것은 당연히 포켓몬스터라는 희대의 문화 컨텐츠다. 포켓몬스터가 처음 한국에서 방영되던 당시 불과 몇주만에 151마리에 이르는 첫 시즌 포켓몬들의 이름과 얼굴을 매치할 수 있었고 띠부띠부씰이라 불리는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빵을 엄청나게 사먹었었다. 당시 피카츄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10&oid=025&aid=0002634923

그리고 위의 기사에서 수집욕을 자극하는 컨텐츠라는 점을 짚어주었다. 굉장히 공감한다.


내가 학생이었으면 정말 열심히 잡으러 돌아다녔을 것 같다.


홍콩에 in's point라는 공간이 있다. 수집품들의 오픈 마켓이다. 여러 가게들이 있고 가게마다 저런 투명한 캐비넷이 있다. 수집가들은 저런 서랍장을 대여하고 자신이 팔고 싶은 물건들을 진열한다. 이 규모가 꽤 큰데 온갖 collectable한 물건들을 만날 수 있다. 피규어나 건담은 물론 굉장히 흔하다.


이건 우리 아파트 몰에서 건담 팝업스토어를 했을 당시 진열되었던 커스텀 컬러링 모델들이다. 지숙이가 마리텔에 건담을 들고 나왔을 때 검색을 좀 해보면서 어떤 세계인지 들여다본 적이 있는데 하늘 아래 같은 로봇은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꽤 많이 보이던 귀여운 무기 탑재 병아리 로봇. 요즘 뜨는 상품인가 싶다. 엄청 귀여움ㅋㅋ


엄청난 로봇 피규어들


그리고 레고. 레고 미니피규어는 이 곳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품목이다. 피규어마다 가격표가 붙어있는데 자주 업데이트를 안하다보니 집집마다 돌면서 원하는 모델의 가격을 조사해야 한다. 물론 흥정도 가능하다.


수요와 공급의 차이에 따라 레고 스펀지밥의 가격이 7천원선에서 2만원 넘어까지 바뀌는 모습이다.


미니 피규어는 당연히 이미 오픈된 상태로 낱개 판매되고 있다.


레고 피규어들은 탐나긴 하는데 비싸다. 저걸 몇 개 모으느니 돈을 모아서 런던브릿지나 헬리캐리어, 심슨하우스를 사고 말지 싶다. 문제는 집에 전시할 자리가 없다는 점인데 레고는 사서 미개봉 상태로 보관해도 된다는 점이 그 단점을 커버해준다.


포켓몬고 덕분에 포켓몬 관련 상품들 가격이 올랐다고 한다. 파이리 잠옷 피카츄는 정말정말정말 탐났지만 사지 않았다.


이 메가맨 피규어는 최근에 시계나 비행기표 등 큰 지출만 없었어도 이미 내 방에 진열되어 있었을 것이다. X3부터 X6인가까지 엄청나게 버닝했던 게임인데 이렇게 귀여운 버전으로 만나니 매우 반가웠다.


난 독수리 5형제한테 영어 이름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이건 우리 아파트 몰에서 원피스 피규어 팝업스토어를 열었을 때 찍은 사진이다. 피규어를 살만큼 좋아하진 않아서 사진만 찍었다.


실제로 모으는 것으로는 가수들 앨범이 있다. 저기 뽁뽁이가 감싸고 있는 것은 장범준 요번 앨범이다. 한정판에는 어쩔 수 없이 지르게 만드는 특별한 힘이 있다. 일단 사야지 어떡하나...


가장 최근에 산 AOA 일본 싱글은 포토카드 5개가 겹치는 대참사가 ㅜㅜ



한정판 마케팅은 참 쉽고 효과도 확실한 것 같다. 엄마가 저 한정판 처음처럼 어떻게 하진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