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에 있는 호텔 크리스마스 장식
리움 앞 부자피자 건물
부자피자는 맛있지만 접근성을 무릅쓰고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움은 마지막 방문 이후로 특별전이 안바뀌어서 이번 귀국길엔 패스!
리움 골목 건너편 건물
And는 장인들이 모여 한 지붕 아래 이루고 있는 공동체 같은 느낌이다.
내가 방문한 것이 그 중 다이닝이고 다이닝 마지막엔 이곳의 커피도 맛 볼 수 있었다.
네이버맵에서 알렉스더커피로 검색하면 나온다.
정면 샷
평면도로 보니까 다이닝 진짜 콩알만하다.
내 자리에서 시야
셋팅 - 저 봉투 안에 오늘의 메뉴가 들어있다
주방 문 왼쪽 벽
액자에 해놓은 핀셋 장식이 보인다
손님과 대화중인 분이 장진모 쉐프
까페에서 넘어오는 문
보시다시피 공간이 정말 좁다. 딱 8명이 앉을 수 있는 ㄱ자형 테이블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쉐프의 공연을 감상하는 모양새다. Atera도 오픈키친이었지만 이렇게 테이블 바로 앞이 조리대는 아니었다. 쉐프와 어시의 호흡과 대화를 들을 수 있었는데 예약시간보다 1시간 늦게온 어떤 커플 때문에 내가 디저트를 먹을 때 즈음부터는 정말 정신 하나도 없이 돌아가는 주방을 볼 수 있었다.
첫 요리 준비중
아뮤즈 부쉬 - 오렌지를 넣은 고로케와 사과슬라이스로 감싼 육회
설명을 잘 안들어서 오렌지인줄도 모르고 먹었는데 분명 오렌지 말고 다른 것도 들어간듯한 맛인데 설명이 안된다. 육회는 역시 고소하고 달달한 사과랑 함께여서 식욕을 돋구는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진짜 열심히 만드신다. 허리가 걱정될 정도. 코스가 한 두개도 아니고
첫 코스는 푸아그라 요리
네모난 것은 푸아그라 테린이고 둥근 것은 푸아그라 가나슈라고 한다. 난 그냥 간덩이를 지칭하는게 푸아그라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요리법이 다양하다. 가나슈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부드러웠다. 푸아그라크림 먹는 느낌. 그 옆에 붉은 채소는 구운 비트와 비트 피클인데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식재료라고 생각함. 노란 것은 망고 에멀전이고 석류와 겨자도 같이 올렸다.
신기하게도 이 전까지 푸아그라를 먹을 때 마다 한입만 먹고 나머지를 나에게 넘기곤 했던 여친이 이 디쉬는 다 비웠다. 그만큼 향과 맛이 강한 푸아그라를 잘 조리했다고 볼 수 있겠지. 전채요리 단계에서 너무 진한 푸아그라를 먹는 것보다 이렇게 좀 샐러드에 가깝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빵! 평범!
귀한 재료 조심조심 한땀한땀
두 번째 코스는 굴! 오이스터!
메뉴판을 받아봤을 때 당연히 생굴일 줄 알았으나 살짝 익힌 굴이었다. 우니 위에 굴을 얹고 그 위에 아브루가 캐비어를 얹었다. 옆에 소스를 뿌려주고 숟가락으로 떠 먹었다. 왜 이걸 애초에 숟가락 위에다가 만들어서 서빙하지 않는 것인지 매우 궁금하여 물어보았는데 그릇과 식기를 협찬하는 쪽에서 그정도 크기의 숟가락이 없었다고 한다. 풀샷에서 볼 수 있듯이 자칫 잘못 떠먹으면 다 무너짐...
참고로 아브루가 캐비어는 가짜 캐비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입 속에서 우니와 굴에 치여 자취를 감춘 듯한 느낌.
세 번째 코스는 머쉬룸!
송이버섯과 야채, 계란 반숙 그리고 아래에 트러플페이스트가 깔려있다. 계란을 터뜨려 버섯과 함께 먹는데 아래 깔려있던 트러플 오일의 향이 느껴져서 행복했다. 근데 계란이 꽤 커서 다 먹기엔 약간 느끼했다. 이런걸 먹으면서 느끼하다고 투덜대는건 약간 사치스러운 불만 같긴 하다. 홍콩 돌아와서 너무 바빠서 먹어보려 했던 화이트트러플라떼를 아직도 못먹어봤다. 내일 먹어야 할듯.
네 번째 코스는 새우!
새우, 애호박, 토마토, 순무 그리고 새우 비스크가 깔려있다. 스프가 새우 그 자체. 홍콩에 있는 spoon에서도 새우 젤리 + 새우 + 새우튀김이 나온 요리가 있었는데 새우는 이렇게 통일된 디쉬로 만드는 것이 대세인가보다. 새우 지름이 방울토마토급인 만큼 탱탱하고 맛있었다.
다섯번 째 코스는 스캘럽! 조개관자!
스캘럽 두개에 하나는 베이컨가루, 하나는 올리브가루를 뿌려줬다. 미니 양배추 귀엽다. 이건 뭐 사실 재료가 좋으니 맛있을 수 밖에 없는 기본에 충실한 요리였다. 베이컨보단 올리브가 마음에 들었다.
메인 요리 중 내가 선택한 오리!
오리는 항상 저렇게 잎 채소와 함께 나온다. 그릴에 구운 파와 헤이즐넛, 그리고 메이플시럽과 버본위스키를 넣어 만든 소스를 뿌려주었다. 난 오리 빠돌이이기 때문에 매우 즐겁게 먹었다. 소스가 달달해서 좋았고 가슴살임에도 매우 부드럽고 촉촉했다. 하지만 Atera에서 먹었던 오리는 못따라감. 다릿살도 같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든다.
메인 요리 중 여친님이 선택한 돼지!
돼지 삼겹살, 감자, 완두콩, 그리고 뭔가로 만든 칩이 같이 나왔다. 나는 맛만 봐서 어떤 소스였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역시 돼지 부위 중에는 삼겹살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우유빙수! 얼음 아래 민트향 소스가 깔려있다. 섞지말고 그냥 떠 드세요.
클렌징 다음은 디저트! 디저트 역시 한 땀 한 땀 정성껏 만들어 준다. 이 사진은 늦게 온 커플을 위한 푸아그라 디쉬 제작중인 쉐프.
디저트 이름이 structure of fruits
스트링치즈처럼 생긴 화이트초콜릿, 각종 과일, 라즈베리 샤벳
마시쪙
마지막 디저트는 초콜렛과 카라멜
salted caramel 아이스크림은 원래 너무 달게 마련인데 여긴 그정도로 달지는 않았다. 맨 위의 초콜렛은 무슨 블랙과 화이트의 중간정도 되는 초콜릿이라는데 이 역시 적당히 달았다. 무조건 달게 달게 더 달게를 외치는 미국의 디저트를 더 이상 안 먹어도 되서 기쁘다.
마지막은 드립커피와 트러플초콜렛
참고로 초콜렛 좋아하는 분들은 미리 많이 먹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코코아나무 열매 없이 초콜렛을 만들 수 있게 되지 않는 이상 한 5년쯤 후 부터 초콜렛 가격이 확 오를 예정이다.
장인들의 공간인 and에 속해 있으면서 그 컨셉에 맞게 하나의 cuisine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다이닝을 선보이는 목표에 어울리는 식사였다. 고급 요리의 갑인 프렌치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지만 그 안에서 이 재료, 저 재료를 써가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느낌?
동생을 통해 예약할 때는 몰랐는데 이브날과 크리스마스날은 평소와 다른 더 확장된 코스를 선보여주었다. (물론 평소보다 비쌌음) 덕분에 더 다양한 디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아직 디너만 있는 것으로 아는데 1월 6일까지 풀부킹이라고 한다. 여긴 쉐프님이 메뉴를 더 확확 바꿔나갈 계획이신 것 같아서 기대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