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홍콩 레스토랑들이 얼마나 예약이 어려운지는 감이 잘 안온다. 어쨌든 난 3주나 미리 예약을 해두었고 자리는 만족스러웠다.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미쉐린에게 인정받은 레스토랑답게 디테일한 서비스와 배려가 돋보였다.
호텔 가는 길. 오래된 호텔이라 겉은 매우 낡았다. 팜드라이브 느낌의 야자수가 매우 반가웠다.
식당 앞 작은 매장. 요리책, 잼, 버터 등을 파는 것 같지만 들어가보진 않았다.
내 자리에서 전경. 물을 달라그러면 105달러짜리 에비앙을 갖다 준다. 더 달라 그래서 한 병 더 마시면 한 병 더 차지된다. 약간 이른 저녁에 가서 아직 해가 지기 전이고 야경이 보이기 전인데 점점 진화하는 야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뮤즈 부쉬.
버터는 무염버터와 가염버터를 주는데 역시 난 무염이 더 맛있다.
푸아그라 튀김은 느끼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난 오히려 푸아그라의 진한 맛이 튀김옷의 바삭함에 약해져서 좋았다. 순수한 푸아그라의 맛을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니라 그런 것 같다.
radish가 들어간 저 것은 뭔지도 까먹었고 맛도 기억이 안난다. 뭔지 검색해서 찾아서 써놓으려 했는데 검색이 잘 안된다. 아뮤즈부쉬는 자주 바뀌는 듯.
랍스터롤은 예상대로 맛있었다. 재료의 힘이기도 하겠지만 야채가 섞여있어서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유명한 요리인만큼 개성을 주고 싶었나보다.
아뮤즈 부쉬로 나온 닭 수프. 홍콩에 위치한 식당이다보니 현지 닭육수 느낌을 내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고 원래 프랑스 요리에 비슷한게 있을 수도 있는데 따뜻해서 좋았다. 가끔 chilled soup이 제공되는 식당이 있는데 난 보통 따뜻한 것으로 바꿔달라 할 만큼 차가운 스프를 별로 안좋아한다.
식전빵.
가장 왼쪽 패스트리 느낌의 빵은 약간 짰다. 처음에 가염버터 발라먹었다가 뱉을뻔함... 가운데 있는 바게뜨가 가장 맛있었고 오른쪽에 있는 빵은 생긴대로 평범했다.바게뜨는 한 개 더 달라그래서 총 2개를 먹었다.
와인을 마시고 싶어서 하우스와인으로 있는 프랑스산 가운데 가장 싼 것을 시켰다. 진짜 한잔만 시킬 수도 있고 250ml를 시킬 수도 있는데 난 왠지 한 잔은 적을 것 같아서 큰걸 시켰다. 그랬더니 저런 귀여운 알약모양의 디켄팅병에 와인을 따라서 가져다준다.
여기부터는 메뉴판을 검색할 수 있는 음식들이다. 배가 엄청 고팠던게 아니기 때문에 테이스팅 메뉴를 시키지 않았고 단품으로만 주문했다. 이렇게 식사해도 아뮤즈부쉬와 쁘띠뿌르는 다 주기 때문에 충분히 즐거운 식사였다.
위 메뉴는 WILD RED SHRIMP, delicate jelly. 왕새우, 새우젤리, 소스 그리고 새우 머리튀김이 나온다. 튀김은 의외로 조금 눅눅했다. 새우는 탱탱하고 쫄깃했다. 젤리는 뭔가 바다맛이 나는 느낌이었고 에피타이저로 먹기 좋은 음식인 것 같았다.
이제 슬슬 어두워지고 빌딩들이 불을 켜기 시작한다. 사진에 보이는 테이블에 앉은 커플이 뭔가 부러웠다.
이제 어두워져서 사진도 이렇게 나온다. 좋은 카메라를 살까 진심 고민된다.
여기부터 두 개가 메인인데 첫 번째는 Steamed COD fillet, CAVIAR.
정말 부드러운 생선요리에 달콤한 크림소스, 아직도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는 캐비어가 같이 나온다. 그냥 맛있는 생선요리가 아닌 또 먹고 싶은 기억에 남는 맛이다. 사이드로는 매쉬포테이토가 나왔는데 매우 촉촉해서 끝까지 다 먹었다. 서버가 자리에서 소스를 직접 뿌려준다.
메뉴판 이름은 LES LANDES FREE-RANGE YELLOW CHICKEN “à la riche”.
닭은 정말 말도 안되게 부드러웠고 촉촉했다. 껍질 위에는 검은 truffle이 올라가 있었고 사이드로는 찐 야채와 버섯, 새우 같은 갑각류가 나왔다. 닭을 추천해주는 것에 약간의 의심을 품고 있던 나를 반성하게 하는 음식이었다.
내가 시킨 요리는 이렇게 세가지였다. 인상적인 것은 알아서 반 씩 나눠 두개의 접시에 담아 내왔다는 것이다. 닭도 잘라서, 고기도 잘라서. 새우는 원래 두 마리였던 것 같고. 우리가 모든 디쉬를 쉐어할 것인지 물어보고는 이렇게 순서대로 반 씩 내오는 배려가 정말 고마웠다.
멋진 야경
어쨌든 역시 비싼 요리답게 배가 빵빵하게 차진 않았기 때문에 디져트를 시켜먹었다.
하나는 COOKPOT of apricot, almond ice-cream. 쿡팟이 유명하다 그래서 시켰는데 그냥 애플파이였다. 물론 맛있음. 아몬드 아이스크림도 맛있음. 사진이 이 모양인게 조금 슬프다. 이게 보기보다 큰데 이럴 줄 알았으면 하나만 시켰을 것 같다.
다음은 OUR FAVORITE CHEESECAKE, berry marmalade. 치즈케익은 미세한 초코칩을 넣었는지 쿠키앤크림같은 느낌이 났다. 너무 달지 않고 부드러운 치즈의 맛이 느껴졌고 역시 꽤나 컸다. 라즈베리 샤베트와 베리마멀레이드는 예상한 맛이었고 입가심으로 적당했다.
구글은 사진 돌리는 기능이 없네. 이렇게 다 먹고 나가는 길에 기념 선물로 세개의 마카롱을 받았다. 위에부터 초콜렛, 바닐라, 딸기. 이런 클래식한 아이스크림 맛의 종류라니. 마카롱은 설탕덩어리라는 인식을 옛날부터 갖고 있었는데 최근 정말 유명한 마카롱들을 접하면서 그 부드럽고 깊은 맛에 빠져들고 있다. 이곳 마카롱 역시 수준급.
안타깝게도 쁘띠뿌르 사진은 없는데 초콜렛 두 개와 미니 타르트 그리고 마쉬멜로 였다.
요리들이 인상적이어서 나중에 꼭 다시 가서 테이스팅 메뉴를 즐기고 싶어졌다.
일요일이나 휴일 점심에는 브런치를 한다는데 꼭 한번은 가봐야겠다.
한 쪽 벽을 통유리로 만들 만큼 야경이 장점인 레스토랑인데 그만큼 실내 조명은 어두운 편이다. 다시 방문할 때엔 좋은 카메라를 갖고 있길 바란다.
홍콩섬 쪽 빌딩들이 매일 밤 8시부터 약 10분간 symphony of light라고 조명+레이져쇼를 하는데 난 6시부터 먹기 시작해서 굳이 이걸 다 보고 나와서 약간 미안했지만 이 쇼가 그만큼 멋있지는 않았다. 음악이 같이 있다는데 다음엔 야외에서 음악과 함께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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