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에 작은 레스토랑 테이블 포포(table for four)에 다녀왔다. 메인 다이닝홀에 4인용 테이블 4개가 있고 작은 룸에 2~3인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하나가 있다. 메인 홀에 13인짜리 단체 손님이 있어서 작은 룸에서 엄마랑 이모랑 셋이 점심을 먹었다.
룸 안쪽에 이렇게 직사각형 격자로 와인잔 진열대가 있고 이 밖은 메인 홀이다. 진열대 저쪽은 유리로 막혀있어 밖에 오신 어머니 단체손님의 수다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셋-팅
올리브오일에 허브 섞어줌
식전빵: 감자빵. 그냥 빵임
(이미 먹은)감자칩과 치킨라이스 튀일, 트러플 페이스트
감자칩은 대세에 발맞춰 꿀을 발라 내왔고 치킨라이스칩은 치킨향이 나는 칩이었다.
메추리 수란을 곁들인 돼지감자 에스푸마
류니끄에서 먹었던 스프의 형제라 할 수 있는 스프였다. 메추리 수란은 안에 숨어 있었다. 따뜻하고 고소한 맛이었다.
유자드레싱 갯가재 샐러드
갯가재와 각종 야채를 곁들인 샐러드. 꽃잎도 먹는건데 별 맛은 못느꼈다. 유자드레싱이 상큼해서 좋았다. 갯가재가 두 덩이인 것도 좋았다.
비스큐 폼을 곁들인 버터넛 스쿼시 퓨레와 랑구스틴 구이
갑각류 다음에 또 갑각류가 나와서 의아했는데 여기가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도 아니고 그게 무슨 상관인가.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
몸통은 아주 살짝 익혀서 회에 가까웠다. 랑구스틴도 단맛, 버터넛 스쿼시도 단맛이라 약간 매운 맛이 나는 허브를 곁들인 것 같다.
바지락 오일소스 스파게티니
엄마가 와봤던 경험을 살려 양을 많이 달라 하였는데 나온 것이 약 2입 분량이었다. 근데 실제로 이게 많이 준거라고 한다. 그래도 바지락이 많이 들어있어서 좋았다. 저기 뿌려놓은 것이 어란인데 일부러 간을 약하게 하고 저걸로 짠 맛을 보충하는 것 같다.
포항초, 컬리플라워 소스를 곁들인 은대구 구이
포항초는 시금치 중에 좀 짧고 단맛이 강한 종류라고 한다. 생물 생선 구워다가 은은한 소스에 먹으니 그 부드러움이 입에서 녹는 것 같았다.
메인 양갈비 스테이크 (+15000원)
루꼴라와 버섯구이를 곁들이고 트러플 페이스트, 씨겨자, 천일염을 함께 내었다. 고기 맛있었다. 냉장유통된 고급 양갈비는 파는 곳도 별로 없어서 기회가 될 때마다 먹는 편인데 뒤에도 얘기하겠지만 여기서는 딱히 추천하진 않는다.
한우 1+ 등심 스테이크
점심엔 재료값 때문인지 1+등급을 쓰는 것 같다. 혹은 쉐프가 1++ 등급보다 1+ 등급을 쓰는 것이 가격면뿐만 아니라 디쉬의 조화에 더 맞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흔히 먹는 입에서 녹아버리는 그런 등심스테이크에 비해서는 조금 더 단단했지만 그렇다고 질긴건 전혀 아니었고 맛있었다.
포도 소르베, 태안산 딸기, 단감, 자몽, 황금향
모듬과일 디저트인데 달콤하고 새콤했다. 포도 위에 보이는게 급속냉동된 자몽 파편인데 자몽 특유의 쓴 맛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황금향은 말로만 듣던 과일인데 오로지 최고의 단 맛을 추구하며 개량한 놈인가 싶을 정도로 달았다.
커피도 준다. 누가 에스프레소 + 레몬슬라이스 (+설탕) 조합이 맛있다 그래서 먹어봤다.
골드사과를 서비스로 주셨다. 사실상 그냥 사과다.
이게 45000원짜리 단일메뉴 런치인데 그 가격의 1/3인 15000원을 추가해서 양갈비를 선택하기에는 많이 비싸다. 이 구성을 45000원에 먹으라면 어디 다른 곳 가서 찾아보기 힘든 좋은 점심 식사라 하겠지만 양갈비가 들어간 코스를 6만원에 먹으라면 그냥 패스할 것 같다.
여기랑 어디갈지 고민했던 곳이 보트르 메종이었는데 정통 프렌치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디쉬들로 구성된 쉐프의 색이 살아있는 코스가 주는 감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 수준에선 코스 한개라도 더 있는 여기가 옳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코스를 되돌아보면 코스 전체가 뭔가 보여준다기 보다는 각 디쉬의 메인 재료에만 극도로 집중한듯한 느낌이 있긴 하다. 복잡한 디쉬도 좋지만 이런 것도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