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

Ryunique

류니끄에 다녀왔다. A50B에 들었을 때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방문하게되었다. 요식업계에 나름 관심도 있고 미슐랭스타라는 웹툰도 보는지라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카메라 테스트
가로수길에서 한 골목 들어가야 있다. 반지하인 것도 특이함.
여기에 천막 아래로 보이는 곳이 다이닝 홀이다.
창가 자리 밖 풍경
외관으로 볼 땐 잘 안느껴지는데 자리에 앉아서 보니 길가에 꽃 장식 해놓은 것이 눈 높이에 대충 맞아 예쁘다.
실내모습
오늘의 두번째 손님이다보니 내부 사진을 한 장 찍었다.
테이블 꽃
이건 그냥 카메라 연습
간장새우
메뉴는 테이스팅 코스 하나이고 메인만 생선과 고기 중에 고를 수 있다. 첫 아뮤즈부쉬로 나온 간장새우. 그 옆에 미니 스포이드로 소스를 뿌려먹으면 된다. 어쨌든 간장새우는 짭짤하고 그게 핵심인 요리다보니 아뮤즈부쉬에 어울리는 요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 옆의 소스가 약간의 상큼함과 감칠맛을 줬던 것 같은데 맛은 있었지만 첫 한입요리로 나올만한 것인지 의아하다.
치즈 튜일과 생월계수잎
나무에서 열매를 따먹는 듯한 두번째 아뮤즈부쉬는 치즈가 메인이다. 바삭한 치즈 튜일이랑 향을 느끼며 빨아먹는 치즈 붙은 월계수 잎이다. 고소했다.
샤토탈보
와인은 주문해서 비싸게 마셨으니 기억하고자 사진을 한 장 올린다.
디켄터와 와인잔
손수 디켄팅도 해줬다. 저 디켄터 들고 와인잔 따라주는 것도 기술이다. 엄청 무겁고 무게중심이 너무 낮아서 우아하게 따르는게 정말 힘들다.
말린 청겨자 잎
겨자 잎과 김가루였는데 뭔가 바삭한데 향은 바다나물무침같다.
튀긴 초석잠과 꿀
초석잠이 뭔지 모르겠어서 찾아봤는데도 뭔지 잘 모르겠다. 솔방울 플레이팅에 어울리게 고소했고 꿀이 있으니 달콤했다. 허니+튀김은 역시 대세인가보다. 저 비닐도 식용 비닐이라 저 채로 먹는다.
다먹음
참고로 저 이끼도 진짜 살아있는 이끼다.
돼지감자 스프
알 모양 그릇이 정말 아름답다. 옆에 빵도 같이 나왔는데 너무나 평범해서 사진은 생략한다. 돼지감자도 뭔지 잘 모르는 식재료인데 하도 이름을 많이 들어봐서 익숙하다. 그 특징을 잘 모르겠는 것이 함정.
버섯에 양배추에 베이컨이랑 메추리알 후라이까지
스프에 이것저것 담겨있었는데 그 모두를 품을 수 있는 것이 돼지감자인가보다. 프렌치 특유의 부들부들한 거품같은 스프여서 마음에 들었다. 너무 적어서 아쉬웠다.
로우피시
핀셋으로 집어 먹으라고 핀셋도 같이 나온다.
로우피시
요새 서빙되는 생선은 chamdom. 오이폼, 허브퓨레, 각종 피클들, 아이스플랜트 등 야채들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생각보단 그냥 그랬다. 이 친구가 이 곳의 시그너쳐 요리 중 하나인데 그건 정말 실험적인 코스 구성 때문에 가산점이 좀 붙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식과 프렌치의 조화라고 하는데 생선회를 좀 더 한국적으로 해석했으면 내 마음에 들었을 것 같다. 붉은 초고추장 느낌의 퓨레가 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맛을 낸다든지 하는. 어쨌든 시그너쳐 요리다보니 류태환 쉐프가 직접 설명을 해주었다.
새우스프링롤과 토마토
새우 춘권에 로제 소스를 올린 일종의 라비올리 느낌의 요리였다. 아마 소스 때문인듯? 얘는 맛있었다. 부드러운 소스가 새우랑 참 잘어울렸다. 그 옆에는 토마토에 방울토마토, 청포도, 아부리한 자몽을 올린 샐러드가 나왔다. 흰 소스는 무슨 치즈였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 과일들은 품질의 힘인지 소스의 힘인지 입에서 순식간에 녹았다. 특히 토마토 껍질을 까서 먹으면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메추리 가슴살
베이컨으로 감싼 메추리 다릿살
첫번째 메인은 메추리요리였다. 가슴살엔 주사기로 오일을 주입해 마사지를 해서 부드럽게 만들었고 다릿살은 베이컨으로 감싸 짚불에 훈제해서 연기 향을 입혔다. 뭔가 닭보다는 쫄깃쫄깃했다. 흔히 먹기 힘든 식재료다보니 딱히 평가는 못하겠다. 맛은 만족스러웠다. 가운데 붉게 물든 메추리알과 왼쪽의 피클도 맛있었다. 소스는 메추리 뼈를 푹 고아 만든 소스였고 옆에 퓨레는 비트 퓨레였다.
샤베트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 샤베트가 나왔다. 유리가 깨질가봐 그랬겠지만 튜브 안에 빨대 같은 것에 이중포장 되어있었다.
참돔구이!
메인 중 하나
수비드한 참돔, 각종 야채, 바삭하게 구운 참돔 껍질, 불에 그을린 계란노른자 소스, 사과요거트를 넣은 오이피클, 뭔가 바다향이 느껴지는 가루로 이루어진 생선구이다. 안타깝게도 수비드를 하였지만 내가 원하는 수준의 생선이 나온 것 같진 않다. 이걸 먹고 뭔가 이 날의 참돔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아무래도 다이닝인스페이스에서 먹었던 생선요리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렇다고 맛이 없어서 남긴다거나 하는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맛있게 잘 먹었다. 수비드한 생선이어서 입에서 녹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소고기!
이 쉐프가 했던 인터뷰 중에 한국인은 소고기를 먹어야 고급요리의 메인을 먹은 느낌을 받기 때문에 코스에 반드시 소고기를 넣어야 한다는 불만 아닌 불만을 본 기억이 있어서 나는 생선을 선택했던 것인데 이 소고기 요리가 훨씬 맛있었다. 일단 완벽하게 미디움 레어로 익힌 스테이크 부분은 정말 입에서 녹았다. 그리고 순대에서 모티프를 얻은 저 가운데 흑미를 우삼겹으로 감싼 요리도 독특했다. 역시 소고기는 (이 급의 식당에선) 실패할 일은 없다.
쿠스미 스페리컬, 카제인 몰토덱스트린, 누룽지 아이스크림
누룽지아이스크림, 키위, 딸기, 판나코타, 머핀, 녹차가루, 슈가파우더, 크러스트가 올라간 하나의 미술작품 컨셉의 디저트이다. 스푼과 나이프도 특이하다. 누룽지 아이스크림 위에 뽑기에서 영감을 얻은 설탕헤어가 올라가 있고 아래 바삭한 과자 같은 크러스트가 깔려 있어서 누룽지의 사실상 없는 단맛을 받쳐준다. 머핀은 뭔가 생뚱맞은 느낌이 든다. 그 외에 푸딩, 젤리, 딸기, 키위가 상큼한 디저트를 완성시켜준다.
견과류 초콜렛
마지막으로 초콜렛과 커피를 준다. 뭔가 머핀은 이때 나왔으면 더 어울렸을 것 같다. 왜 디저트 한복판에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쉐프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한 줄기는 뭔가 어린시절의 기억이었던 것 같다. 나뭇잎이나 솔방울을 따먹는듯한 연출, 짚불에 익힌 메추리, 누가봐도 불량식품 쮸쮸바 같은 비주얼의 샤베트, 순대, 누룽지와 뽑기 같은 것들이 숨어있다. 하지만 어쨌든 앞서 이야기한 내가 느꼈던 단점들 때문에 완성이 덜 된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가격은 꽤 리즈너블하다.
하지만 일단은 최소 1년 이상 승승장구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세 곳 밖에 없는 A50B 식당이고 실제로 외국인 손님도 상당히 많았다. 결국 여기서 얼마나 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가 중요할텐데 메뉴가 좀 많이 바뀌면 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