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story short -> back to long
난 이번 여름부터 크레딧 스위스 홍콩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석사는 한 학기 이후 휴학을 할 것이고 2년 내에는 자유롭게 복학이 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1년 혹은 2년을 일한 뒤 돌아오는 것이 계획이지만 솔직히 두고봐야 알 것 같다. 일을 해봐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고 정말 박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나의 미래를 굳이 지금 언급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 내가 리크루팅에 나선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대학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고 그래서 선뜻 바로 박사에 지원하지 않았다. 코텀으로 석사를 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냥 붙을 것이었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안되고 나태함이 나를 덮쳐올 것 같았다. 내가 대학원을 가게 되면 발생하는 기회비용도 궁금했다. 내가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지도 궁금했다. 내가 잡마켓에서 먹히는지. 대학원에 가서 박사를 딴다고 해도 교수가 되거나 인더스트리에 갈텐데 양쪽 모두 어려운 인터뷰 과정이 있기 때문에 일종의 준비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겨울학기 초에만 해도 그냥 석사 후 박사 진학을 생각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좋은 오퍼가 들어와서 마음이 반대로 기울었다. '좋은' 이라는 형용사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들어있다. 물론 돈도 돈이다. 생각보다 높은 연봉을 받게 되었다. 오퍼를 받을 때의 첫 인상은 돈이니까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 한 몫 했을 것이다. 회사가 대기업에 속하는 큰 투자은행인 것도 중요했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글로벌 기업인데다가 내 이력서에 써서 손해볼게 전혀 없는 누구나 다 아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사람 앞날은 모르는 거라더니 내가 이렇게 금융계로 진출할 줄은 몰랐다.
2년 후에 나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