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30.

그래, 글을 쓰자

지난 토요일에 삼성전자 프론티어 멤버십 테크 포럼이 있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초청강연을 들었고 그러한 강연을 들을 때마다 으레 그렇듯 다양한 조언을 들었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그 중 하나의 조언을 실천하기로 했다.

주 2회 이상 글을 써라.

글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해야 내가 얻은 것이 내 것이 된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다. 가르치면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말과도 통한다. 그만큼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진지하게 글을 썼던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만큼 글쓰기에 흥미가 없었던 나인데 이렇게 변화의 첫 걸음을 시작한 것을 보면 좋은 강연을 들은 것만은 확실하다.


첫 글은 무엇을 써야 할까? 이 생각을 하느라 어제 만든 블로그에 오늘 글을 쓰는데 아직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내 생각을 남기는 것에 주력하기로 했다. 토요일의 일기를 쓰는 기분으로 테크포럼을 정리해서 남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첫 만남은 4년전 여름이었고 그땐 1박 2일로 워크샵을 갔었다. 나는 신입회원이었고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 역시 조별로 친해지는 과정과 초청강연이 있었다. 초청강연은 이상한 아줌마였는데 매우 싫었던 느낌만 어렴풋이 남아있다. 지금 같은 강연을 듣는다면 달라질지 궁금하다. 당시에는 그 워크샵에 참가한 것을 조금 후회하고 있었을 정도였으니 어지간히 실망스러웠던 것 같다. 그 후 저녁에는 저녁식사 이후 레크리에이션 시간만 기억이 난다. 신입회원들은 간단한 장기자랑을 했고 서울대 엠플리파이어가 공연하러 왔었다. 밴드는 멋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밤에는 숙소에서 두런두런 모여앉아 과자와 술을 마셨다. 기억 역시 어렴풋 하지만 고등학교 선배들이랑 어울렸었다.

어쨌든 이런 워크샵에 대한 그저 그런 기억때문에, 그리고 지인이 없는 곳에 혼자 가는 부담감 때문에 걱정이 앞섰던 나였다.(군인같은 외모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고등학교 후배들을 만났고 근처 자리에 앉아 있던 9기 동기들도 만났다. 그 좋은 인연들을 왜 4년 전에 미리 알지 못하고 가꾸지 못했는지 후회가 되었다. 특히 버클리를 다니다 이번 여름에 졸업한 친구를 미리 알았더라면 나도 버클리에 지인이 있었을 수 있는데 말이다. 1년에 한 번 있는 이런 워크샵으로 멤버십을 유지하기에는 확실히 힘이 들 것이다. 동기들과 저녁 자리에서 이야기하며 이 것을 유지해나갈 방법을 많이 이야기 했는데 결국은 삼성이 아닌 멤버 중 누군가가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기적이지만 여유있는 선배가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프로그램은 많이 달랐다. 신입 회원들의 패기넘치는 포부 자랑이 먼저 있었고 선배 회원들의 전문분야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정지훈 교수의 초청강연이 있었는데 이 강연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IT라는 주제를 가지고 미래와 융합이라는 두 키워드를 소개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슴에 와닿는 강연을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여기에 글을 쓰기 시작하기도 했고 여유가 되면 그분이 쓴 책도 찾아 볼 생각이다.

결국 가슴을 가장 강하게 때린 한마디는 실과 구슬 이야기였다. 아름답고 강한 구슬들은 많지만 그 구슬들을 이어줄 실은 우리사회에 너무나 부족하다고. 물론 아무나 실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 내가 그런 사람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여하튼 이렇게 글쓰기를 시작했으니 나에게도 뭔가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가끔 느끼지만 난 아직 굉장히 젊거든.